GMT‘127년 국제표준시 지위’ 뺏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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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시 기준이라 오차 있다”… 英서 원자시계로 대체 논의

120여 년간 국제 표준시 지위를 누려왔던 그리니치표준시(GMT)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영국 학술원 주최로 3, 4일 런던 서북부 교외에서 열리는 회의에 50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GMT를 대체하자는 제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이 3일 보도했다.

GMT는 런던 교외에 있는 그리니치천문대의 자오선을 기준으로 정한 시간으로 1884년 미국 워싱턴 국제회의에서 국제표준시로 채택됐다. 1972년 “영국 위주의 시간산출 방식이며 지역별 오차도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름을 ‘협정세계시(UTC)’로 변경했지만 여전히 GMT가 국제사회에 익숙한 용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국제표준시의 기준을 지구의 자전이 아닌 ‘원자시계(atomic clocks)’로 대체하자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GMT가 위협을 받고 있다. GMT를 국가적 긍지로 여기는 영국은 새 국제표준시 제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 내 전통적인 라이벌 프랑스가 GMT 대체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어 영국으로서는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에 있는 국제도량형국(BIPM)이 원자시를 국제표준시로 정하자는 제안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1884년 국제회의 당시에도 ‘파리 기준시(PMT)’를 내세우면서 영국과 각축을 벌인 바 있다.

UTC는 세계 곳곳의 천문대에 있는 약 400개의 원자시계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지구 자전을 기준으로 하는 평균 태양시와 오차가 발생했다. 이를 맞추기 위해 때때로 초를 추가하는 ‘윤초(leap seconds) 작업’을 세계적으로 해왔다. 원자시와 태양시의 미묘한 차이는 근래 들어 위성항법장치와 모바일폰 네트워크에 적잖이 문제가 됐다. 엘리사 펠리시타스 아리아스 BIPM 시간 분과장은 “이러한 네트워크들은 1000분의 1초까지 맞출 필요가 있다”며 “우리는 시간의 정의를 통일하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런던 회의에서는 앞으로 윤초작업을 없애고 시간 기준을 완전히 원자시계에 맞추는 제안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최종 결론은 내년 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의에서 공식 표결로 결정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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