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포스트 카다피’ 시대]‘친서방 과도국가委 vs 전통 이슬람세력’ 권력투쟁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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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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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비아 해방’ 선포… 리더십 공백 어떻게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에 따라 포스트 카다피 시대의 구심점 역할을 할 리비아의 새 지도자가 누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리비아에서는 지도자감으로 몇 명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대부분은 과도국가위원회(NTC)에 몸담았던 인사들이고 간혹 시민군을 지휘해 내전에서 큰 공을 세운 군 출신도 있다. 이들은 카다피 제거 이후 리비아의 미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서방 각국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확실한 지도자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카다피가 철저한 철권통치로 대항세력의 씨를 말려왔기 때문이다.

○ 차기 지도자는 NTC에서?

차기 지도자로는 NTC의 수장을 맡아온 무스타파 압둘잘릴 위원장(59)이 1순위로 꼽힌다. 법관을 거쳐 카다피 정권에서 법무장관을 맡았던 그는 2월 내전 초기부터 반정부 시위대에 합류했다. 판사 시절에도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자주 내렸고 지난해에는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불법 체포 및 구금에 대해 비판해 왔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강직한 성품의 관료로 꼽혀왔다. 반군에 합류한 이후에는 3월 리비아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요청하는 등 서방과의 협력에도 공들였다. 하지만 국내 인지도가 낮고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는 리비아 동부의 소수부족 출신이라는 게 약점이다.

마흐무드 지브릴 과도정부 총리(59)는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딴 ‘해외파’다. 미국 등 서방 외교관들은 서구 문물에 밝은 그를 좋은 협상 상대로 평가해 왔다. 이 때문에 그는 리비아 과도정부를 각국으로부터 공식 정부로 인정받는 데도 큰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리비아 자국민 사이에서 지나치게 서방 편향적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알리 타르후니 NTC 재무·석유장관(60)은 카다피 반대운동을 하다 1973년 미국으로 도피한 뒤 미시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과도정부 내에서 부총리로 격상되는 등 지도자감으로 급부상했다.

내전 초기 반군 국방장관을 수행한 오마르 엘하리리는 1969, 1975년 카다피를 상대로 한 쿠데타 모의에 가담한 전력이 있다. 또 트리폴리 공격을 지휘한 압둘 하킴 벨하지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시민군 지도자들도 차기 정부의 핵심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 권력 진공 상태로 사분오열 조짐도


죽어서도 굴욕 20일 튀니지와 인접한 리비아 국경도시 라스아즈디르에서 한 반군 병사가 신발을 벗어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얼굴을 희화화한 낙서를 때리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아랍세계에서 심한 모욕을 뜻한다. 그림 위에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라스아즈디르=AP 연합뉴스
죽어서도 굴욕 20일 튀니지와 인접한 리비아 국경도시 라스아즈디르에서 한 반군 병사가 신발을 벗어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얼굴을 희화화한 낙서를 때리고 있다. 이 같은 행위는 아랍세계에서 심한 모욕을 뜻한다. 그림 위에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라스아즈디르=AP 연합뉴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지도자 후보들은 카다피만큼의 카리스마나 지명도가 부족해 한동안 권력 진공의 불안한 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 실제 8월 말 트리폴리 함락으로 사실상 내전이 마무리되면서부터 논공행상과 내부 분열 등 갈등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시사주간 타임은 20일 “카다피를 죽인 총알 한 방은 향후 위험한 권력투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표적인 것이 벵가지에 거점을 뒀던 NTC와 서부의 이슬람 반군 세력 간의 갈등이다. 이슬람 반군 세력은 트리폴리, 미스라타 등 격전지역에서 카다피군을 몰아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음에도 NTC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 이들은 “NTC가 서방의 꼭두각시로 전락했고 카다피 시절 관료들과 유착돼 있다”고 비난하며 최근 NTC에서 서방과의 외교에 주력해온 지브릴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NTC 역시 이슬람 반군 세력이 공식 창구인 자신들을 거치지 않고 카타르 등 외국에서 직접 무기 지원을 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동과 서,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 군 출신과 시민군 등의 대립구도는 한때 동지였던 동맹군 사이에서 광범위한 균열을 낳고 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카다피 제거 이후 한 달 내에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8개월 이내에 의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식민지배와 왕정, 독재만을 겪어온 리비아인들은 선거나 민주주의 경험이 전무하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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