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 FTA 비준 완료]美 FTA 비준하기까지 숨은 공신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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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의 입… 교민들의 발… 이태식의 귀

12일 오후 6시 30분(현지 시간)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는 미국 의사당 하원 본회의장 3층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전날부터 이어진 하원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반 토론이 끝난 후 표결에 부쳐지는 순간이었다. 마침내 찬성 278표, 반대 151표로 압도적 차로 통과되자 한 대사의 표정이 환해졌다.

데이비드 드라이어 의원(공화·캘리포니아)이 한 대사를 만나기 위해 방청석을 찾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며 악수를 청했다. 2층 본회의장에 서 있던 몇몇 의원들도 낯이 익은 한 대사를 쳐다보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축하했다. 한 대사도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한미 FTA를 꼭 통과시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명을 받고 2009년 3월 주미 대사로 부임한 지 2년 7개월 만이었다. 부임 초기만 해도 ‘미션 임파서블’ 같았던 한미 FTA는 한미 두 나라가 합의한 지 4년 3개월 만에 미 의회에서 결실을 맺었다. 한미정상회담을 불과 하루 앞두고 FTA가 미 의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데는 한 대사처럼 숨은 공신들의 노력이 있었다.

한 대사는 대사 부임 직후부터 미 상하원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의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한 대사가 이 기간에 만난 의원들은 상원과 하원의 민주당 및 공화당 지도부를 포함해 245명. 이들과 모두 488차례 면담을 하면서 발로 뛰는 외교를 펼쳤다.

특히 부임 초기 워낙 많은 의원들을 방문해 미 의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외국 대사가 주재국 의원을 많이 찾아다닌 기록을 집계한다면 한 대사가 단연 기네스북에 오를 것”이라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의회 담당 당국자는 “한 대사는 하루에 의원면담을 8차례 한 적도 있다”며 “의사당 지하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를 하면서 의회에 죽치고 살았다”고 전했다.

한 대사는 의회 내 친(親)FTA 의원을 조직하고 중도성향과 반(反)FTA 의원을 설득하는 전략을 병행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에 힘입어 지난해 5월 ‘친무역(Pro-trade) 코커스’가 결성됐고 6월에는 하원에 초당적 조직인 ‘한미 FTA 워킹그룹’이 만들어졌다. 의회가 문을 닫는 휴회 기간 중에는 31개 주 57개 도시를 돌면서 지역구에서 의원들을 만나 설득작업을 했다. 지역 내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FTA 지지 간담회를 함께 열고 지역 기업을 방문하면서 FTA로 얻게 될 경제적 이득을 홍보했다. 세탁업협회 태권도협회 등 직능별 단체 관계자를 대사관저로 초청해 홍보를 당부하기도 했다. 법안이 의회에 제출된 후에는 매일 오전 4시에 일어나 의원들에게 협조를 당부하는 e메일을 보냈다.

한 대사의 전임자인 이태식 대사도 재임시절 FTA 지지 의원 확보를 위해 휴일없이 미 전역을 돌아다녔다. 이 대사의 노력으로 협정 체결 직후 반대의견이 압도적이고 내용에 대한 오해도 난무했던 미국 정치권에서 한미 FTA에 대해 긍정적 의견으로 돌아선 의원이 수없이 많다.

한인 유권자들의 풀뿌리 운동도 톡톡히 역할을 했다. 특히 뉴욕한인유권자센터 등 대표적인 한인 유권자 단체들은 자비를 들여 버스를 전세내 워싱턴 의사당을 찾아와 의원실을 직접 방문하는 풀뿌리 로비를 벌였다. 미 의원들도 지역구 유권자인 이들 교민의 방문을 매우 비중있게 받아들였다.

한인들은 지난해 10월에는 ‘온라인 행동센터’를 개설해 손쉽게 의원들에게 지지 서한을 발송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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