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 日 민주, 미워하던 自民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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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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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의존-잦은 총리교체-정책 黨입김 ‘판박이’
파벌정치도 답습… 자민 “옛날 우리당 보는 듯”

일본 민주당 정권이 집권 2년 만에 그토록 미워하던 자민당 정권을 빼닮아가고 있다. 관료 의존, 잦은 총리 교체, 정책결정과정에서 정책조사회 사전심의 등 국정 운영 곳곳에서 민주당 정권의 자민당화가 진행되고 있다.

①관료 의존=민주당은 2009년 총선 때 ‘관료 주도에서 정치 주도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자민당 정권이 수십 년간 ‘정치적 책임이 없는’ 관료들에게 국정을 맡긴 바람에 관료가 나라의 주인처럼 돼 버렸다”며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주도하는 정치로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관료정치의 상징으로 123년간 지속돼온 사무차관회의가 즉각 폐지됐고 관료는 국회 답변은 물론이고 정책 브리핑조차 금지됐다. 그러나 정책에 밝지 않은 여당 의원과 각료들이 실언을 연발하고 관료사회의 비협조로 정책 실행이 벽에 부닥치자 정권은 다시 관료에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관료의 지혜를 빌리겠다”며 손을 내밀었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이달 초 취임하자마자 “정치인만으론 세상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각 부처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사무차관회의를 부활시켰다.

②잦은 총리 교체=
과거 자민당 정권이 총선을 거치지 않고 당 총재 선거를 통해 총리를 자주 교체하자 야당이던 민주당은 “선거 없이 총리를 자꾸 바꾸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국회 해산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2009년 총선 때 “우리가 집권하면 다음 총선까지 총리를 바꾸지 않겠다”고 큰소리쳤지만 2년 만에 벌써 세 번째 총리가 들어섰다. 자민당 정권이 총리를 바꾸던 방식 그대로 선거를 거치지 않았다.

당내 선거가 철저하게 계파 중심으로 치러지는 것도 자민당의 파벌 중심 선거와 판박이다. 총리를 뽑는 당 대표 경선은 집권 후 세 차례 치러지는 동안 점점 계파색이 짙어졌다. 이달 초 선거에선 대부분의 후보가 최대 계파의 수장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다. 자민당에서 “옛날의 나쁜 자민당 시절을 보는 듯하다”는 냉소가 나올 정도였다. 이후 내각과 당직 인사에서 계파 안배가 이뤄진 것도 자민당 정권과 흡사했다.

③당의 입김 강한 정책결정 시스템=민주당은 집권 후 ‘내각 중심 정책결정’을 표방하며 내각에 등용하는 여당 의원 수를 늘리고 당 정책조사회를 약화시켰다. 의원들이 특정 분야 민간업자들과 유착해 예산을 배정해주고 정치자금을 받는 자민당 시절의 고질적인 정경유착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 또한 2년 만에 자민당 방식으로 돌아갔다. 최근 노다 총리는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때 당 정책조사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언론은 정경유착의 부활을 우려하고 있다.

노다 총리가 경제정책을 주도하기 위해 총리관저에 신설하기로 한 국가전략회의는 5년 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경제재정자문회의를 모방한 것이다.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주장하며 아시아 중시 외교를 주창하다 ‘미일동맹 최우선’으로 복귀한 것도 자민당의 외교노선으로 복귀한 것이다. 집권 2년 동안 입으론 과거 자민당 정권을 비판하면서도 하나둘씩 자민당의 정국운영 방식을 닮아가는 것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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