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MS 이후 13년만에 대형 반독점 청문회 열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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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MS가 반면교사… 지배적 지위 남용 안해”

“인터넷 거대기업 구글은 ‘기업 시민(corporate citizen)’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21일 미국 상원 사법위원회 산하 반독점 소위원회 주최로 열린 구글 청문회 시작에 앞서 허브 콜 소위원장(민주·위스콘신)은 청문회 주제를 이렇게 밝혔다.

이날 청문회는 설립 13년 만에 인터넷 검색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지배적 사업자로 성장한 구글이 처음으로 공공성의 심판대에 오른 자리였다.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공정하게 제공하는지, 자사의 이윤 추구를 위해 검색 결과를 왜곡하는지를 알아보는 자리로 에릭 슈밋 구글 회장과 경쟁사 3사 대표가 증인으로 나왔다.

구글 경쟁사들은 구글이 검색 결과를 나타낼 때 자사 소유의 콘텐츠와 서비스를 경쟁사의 것보다 상위에 노출시키는 등 조작을 통해 압도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구글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으며 유럽과 한국에서도 반독점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청문회는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마이크로소프트(MS)의 반독점 청문회 이후 13년 만에 열린 대형 반독점 청문회다. 시작 1시간 전부터 자리가 꽉 찼으며 밀려드는 방청객들을 수용하기 위해 별도의 관람실까지 마련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 정권하에서 대형 반독점 청문회가 열린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구글의 경제적 기여를 인정하지만 인터넷 검색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가진 기업으로서 반독점법하에서 시장권력을 남용하지 말아야 할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공격적인 질문을 많이 던진 마이크 리 의원(공화·유타)이 “검색 결과를 요리(조작)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치자 슈밋 회장은 정색을 하며 “맹세컨대 구글은 요리를 한 적이 없다”며 “기술적·경제적 이유로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구글의 검색 체계는 고도의 알고리즘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구글의 검색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 소비자는 클릭 한 번으로 다른 사이트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시장의 지배적 위치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것.

리처드 블루멘설 의원(민주·코네티컷)은 구글을 ‘경마장(racetrack)’에 비유하며 “구글은 과거 경마장만 소유하더니 이제 말까지 소유하고 그 말들이 언제나 경주에서 이기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구글이 콘텐츠 회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부풀리고, 거대한 덩치를 이용해 작은 회사들을 시장에서 몰아낸다는 것. 슈밋 회장은 “그런 비유에 절대 수긍할 수 없다”며 “구글은 소비자들이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에서 운전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동항법장치’와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소비자가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소비자라는 단어를 30회 이상 사용했다.

슈밋 회장은 반독점 조사를 받은 후 정부의 규제 대상이 됐던 MS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구글이 과거 MS처럼 독점적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그러나 구글은 MS의 실수로부터 배웠으며 공정한 시장경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밋 회장은 빌 게이츠 전 MS 회장이 청문회에서 신경질적으로 답변해 의원들의 반발을 샀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죄송하다”를 연발하며 공손한 자세를 유지했다.

슈밋 회장의 증언 후 쇼핑 사이트 넥스태그, 생활정보전문 사이트 옐프, 여행전문 사이트 익스피디아의 대표 및 변호사들이 차례로 나서 “구글이 사이트를 불공정하게 운영함에 따라 소형 사이트들은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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