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사변 굴욕의 날, 中 굴기를 외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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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하면 맞는다… 더 강해지자”
80주년 맞아 사상 최대 행사… 동북3성 전역 가상공습 사이렌

‘국치를 잊지 말고 부흥에 함께 나서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18일 이런 제목으로 80년 전인 1931년 9월 18일 만주사변을 기념하는 사설을 1면에 실었다. 이날은 일본이 중국 침략을 시작한 날로 중국인들이 국치일로 여기는 날이다.

중국 정부는 이날 만주사변 80주년 행사를 역대 최대 규모로 열었다. 지난해 경제 규모에서 일본을 넘어 세계 2위로 오른 중국은 더욱 커진 자신감으로 ‘과거의 치욕’을 오히려 민족의식 고취와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 “고통의 기억을 당당히 마주본다”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 9·18 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기념식은 올해 처음으로 지린(吉林) 랴오닝 헤이룽장(黑龍江) 등 3개 성이 공동 주최했다. 인민해방군, 중앙선전부 등에서도 고위급 인사가 다수 참가해 부성장급 이상의 고위 관리 28명이 참석한 성대한 행사였다.

만주사변 발발부터 2차 세계대전 종전인 1945년까지 14년에 걸친 중국인들의 항일을 상징하는 14번의 타종 행사도 있었다. 오전 9시 18분부터 3분 동안 동북 3성 전역에는 가상 공습 사이렌이 일제히 울렸다. 하루 앞서 17일 지린 창춘(長春) 만주국 황궁박물관에서는 ‘일본의 중국 침략 죄상 전시회’가 열렸다. 선양에서도 15일 항일전쟁을 다룬 ‘동북 의용군 기념광장’이 낙성식을 가졌다.

다른 지방도 비슷했다. 베이징(北京)과 산둥 성 칭다오(靑島)에서는 일제 침략을 고발하거나 항일투쟁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렸다. 중국 정부는 2001년 “국치를 잊지 말자”면서 매년 9월 3번째 토요일을 ‘전 국민 국방교육일’로 정했다. 이에 따라 17일 상하이(上海)에서는 민방공 훈련이 실시됐다. 이날 시내 전역에 설치된 1296대의 사이렌이 일제히 가상 공습경보를 발령하자 65만7000명이 대피에 나섰다. 2009년 23만 명이 참가한 것보다 훨씬 많은 참가자가 동원된 역대 최대 규모였다.

○ “약하면 두들겨 맞는다”

런민일보는 사설에서 “(지난) 역사는 ‘약하면 두들겨 맞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며 “옛 중국은 약해서 치욕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아래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함께 실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이날 시론기사에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퇴각했던 굴욕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이날 선양의 기념식에서 무장경찰 연주대는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은 없다(沒有共産당沒有新中國)’는 곡을 배경 음악으로 연주했다. 항일을 통해 권력을 잡은 공산당의 정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중국중앙(CC)TV는 하루 종일 이런저런 기념활동을 전국에 반복해 방송했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중국이 일본 침략의 역사를 갈수록 성대하게 기념하는 것은 과거 치욕의 기억에 더는 움츠러들지 않을 만큼 강대하고 부유해졌다는 자신감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만주사변 기념일에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 중국 어선 나포사건이 진행 중이어서 많은 도시에서 반일시위가 있었으나 올해는 선양 기념식장 주변에서 30명이 일장기를 태우는 등 반일시위를 벌였을 뿐 다른 반일활동은 알려지지 않았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만주사변 ::

일본 군부가 1931년 9월 18일 선양 인근의 남만주철도 구간을 폭파한 뒤 이를 중국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만주 일대를 기습 공격해 중국을 침략하는 구실로 삼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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