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의 종말]사르코지 주연, 캐머런 조연의 ‘카다피 종말극’… 오바마는 엑스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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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 행보 탓 점수 깎여… “지상군 파견없다” 재확인

‘포스트 카다피’ 체제에 대해 미국은 새 고민에 빠졌다. 이미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 등 2개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할 처지가 못 된다. 얼어붙은 경제도 풀릴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겐 그 자체로 큰 부담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사실상 무너진 상황에서도 ‘로 키(low key)’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22일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낸 성명에서 “카다피 정권이 종말로 치닫고 있으며 리비아의 미래는 이제 리비아 국민의 손에 달렸다. 미국은 권력 이양 과정에서 파트너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리비아 반군을 향해 “권력 이양 과정은 평화적이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 지상군을 리비아에 파견하지 않겠다는 당초 약속은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에도 마찬가지라고 국방부는 재확인했다. 미국은 유엔과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를 통해 리비아 민주화와 재건작업을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럽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를 우려하면서도 가뜩이나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리비아 재건에 자금을 공급하고 질서를 유지할 대규모 부대를 장기간 주둔시킬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많다.

한편 카다피 몰락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국가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3개국이지만 그 지도자들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6개월간의 짧지 않은 리비아 내전이 종식된 것과 관련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작품’이 성공을 거둔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월 리비아 제2도시 벵가지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며 리비아 사태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경제제재를 촉구했고 3월 국제사회에서는 최초로 반정부 세력인 과도국가위원회(NTC)를 리비아의 유일한 합법적 대표로 인정했다. 유엔이 군사 개입을 할 수 있도록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리비아 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의 길을 열어 놓은 것도 사르코지 대통령이었다. 최초의 리비아 군사 공격인 ‘오디세이 새벽’ 작전을 감행할 때도 프랑스군이 선봉에 서서 공습을 단행했다.

프랑스처럼 공격의 최선봉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나토의 강력한 군사작전 추진에 적극 동조해 독일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조연’을 담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그다지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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