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 ‘소음 테러’… 관리소에서는 ‘환청’ 정신병원 가봐라[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8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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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임성훈


옛날, 수학 통계적인 사고를 좋아하는 장수가 있었습니다. 병사를 이끌고 강을 건너게 됐습니다. 부하에게 시켜 강의 평균 수심이 1.5m 인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병사들의 평균 키가 1.6m 라는 통계도 알았습니다. 강을 건너는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장군이 “모두 건너라”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요? 수심 평균이 1.5m이지 더 깊은 곳도 있고 더 얕은 곳도 있었습니다. 키도 1.6m 보다 큰 병사도 있고 작은 병사도 있었습니다. 만약 이게 가정이 아니고 사실이었다면 아마도 절반 이상이 빠져 죽었을 겁니다.

층간소음도 마찬가지 입니다. 정부가 나름대로 고심해 기준을 정했습니다. 그런데 평균보다 훨씬 소음과 진동에 예민한 사람도 있고, 둔감한 사람도 있습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상대가 ‘법대로 하라’며 막무가내로 나온다면 죽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이 점을 잘 감안해 관리소(혹은 층간소음관리위원회)나 경찰이 잘 대응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남들보다 예민하다고 생각한다면 비용이 들더라도 자구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웃은 물론이고 관리소나 정부가 모두 해주기를 바라면 안됩니다.

※ 아래 사례는 실제 사례 입니다. 층간소음으로 고민이 있는 분은 메일(kkh@donga.com)으로 연락주십시요. 전문가와 상의해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사례:아래층 “나는 음악 안 트는데요”…경찰 와도 문 안 열어줘

경기도 평택시 고덕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이사를 와 아파트에 거주한 지 3년 정도 되어갑니다. 부모님과 함께 거주를 하고 있습니다. 신도시이다 보니 워낙 깨끗하고 살기는 좋습니다.

문제는 층간소음입니다. 다들 위층 소음으로 힘이 든다고 하는데 저는 반대로 아래층 소음으로 힘이 듭니다. 현재 아래층 집에서 올라오는 소음 때문에 정신병 걸릴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래층의 젊은 남자가 수시로 음악을 크게 틀어 소음 테러를 당하고 있습니다. 관리소와 경비실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관리실이 오히려 아래층의 소음테러를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아래층의 소음테러로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밤낮이 바뀌어 지내고 있는데, 이러다 보니 매장 매출도 영망입니다. 아래층은 제가 조금만 움직여도 조금이라도 인기척이 나면 고의적인 음악을 크게 틀어 소리를 내고 사람을 괴롭힙니다. 저도 너무 화가 나서 일부러 문도 세게 닫고, 일부러 무거운 물건 옆에 뒀다가 음악소리가 들릴 때마다 물건으로 바닥을 내리쳤습니다. 그랬더니 오늘은 새벽 3시쯤부터 약 2시간동안 계속 아래층에서 음악소리가 납니다. 인기척을 낼 때마다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아래층 사람은 어떤 마음상태로 이러는 걸까요?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아래층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신고로도 안되고, 어떡해야 좋을 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집은 부모님과 저만 살고 있습니다. 소음을 낼 사람이 없습니다. 지난주에는 부모님과 함께 아래층에 항의 방문을 했습니다. 아래층 남자(30대로 보임)가 저희 부모님께서 “음악소리가 너무 커 잠을 자기 힘들다. 조금만 줄여달라” 고 사정을 하자 “죄송하다”며 인사를 했습니다. 이제는 조용하고 주의를 하겠지, 이제 제대로 잠을 잘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그러나 방문한 날부터 라디오와 음악을 더 크게 틀어 더 힘들어졌습니다. 요즘은 음악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소리가 클 때는 천장을 울리는 저주파로 인해 온 몸이 떨려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관심도 없는 관리소 직원을 수없이 불렀더니, 이제는 관리소 직원도 방문을 꺼립니다. 친절하던 관리소 직원은 자신이 직접 음악소리를 들어보겠다며 밤 늦게까지 있다가 갔는데 그날은 아래층 남자가 어떻게 알았는지 음악을 틀지 않았습니다.

그 뒤부터 그 관리소 직원들은 제가 환청을 듣고 있다고, 아예 방문을 하지 않고 병원치료를 받으라고 하고 있습니다. 관리소장은 아래층 남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했고, 오히려 전화를 하면 소리를 낸 적이 없다고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고 큰 소리를 쳐 다시 전화를 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경찰에 전화를 하라고 하는데, 경찰도 몇 번 다녀 갔는데 별 효과가 없습니다. 제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걸까요? 관리소에는 자신은 절대 음악을 틀지 않는다고 그랬다더군요. 그럼 제가 이 새벽에 듣고 있는 이 음악소리는 무엇일까요? 제가 정신병자인가요? 관리소와 경찰이 이렇게까지 아래층 남자 편을 들어주는 것이 정상적인 겁니까? 사정을 해도 안되고 관리소와 경찰도 내 몰라라 하는데 이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은 제가 죽거나 아래층 사람을 어떻게라도 해야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뿐입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많은 사람이 층간소음은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 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소음 민원도 적지 않습니다. 국내 공동주택은 벽식구조(내력벽)로 되어 있어 아래층애서 발생하는 벽이나 천정을 가격하는 충격음 뿐만아니라 악기나 음악소리 등의 공기전달음과 쉽게 윗층으로 전달됩니다. 고의적인 소음발생 등은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해결법을 추천합니다.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을 통해 아래층에 경고하고, 중재를 요청하는 것은 좋습니다. 소음 발생이 가장 심각한 시간대에 현장방문을 통해 이들에게 층간소음 피해의 심각성을 인지시키고, 지속적인 층간소음 주의 방송은 반드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자체적으로는 집의 화장실(안방 및 거실)의 환기구를 철저하게 막으시고 문은 문풍지 등을 설치하여 공기전달음을 차단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현관 쪽에는 중문을 설치하시는 것도 공기전달음 차단에 효과적입니다.

고의적인 소음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내용증명을 피해사실, 발생 소음원, 시간대 등을 중심으로 육하원칙에 따라 작성해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와 위층에 우편을 통해 전달하시는 것도 심각한 피해 사실을 알리는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층간소음#소음 테러#환청#아파트#관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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