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그로스 “美 더블딥 거의 확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를 운용하는 빌 그로스는 미 국채 수익률이 60년 사이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등 지금의 채권시장추이를 볼 때 미국의 '더블딥'(이중 침체)이 "거의 확실하다"고 경고했다.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 '채권 왕'으로도 불리는 그로스의 경고는 월가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미국과 유럽이 더블딥에 위험스럽게 접근했다"고 경고하며세계 성장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한 데 뒤이어 나왔다.

미 채권시장 가늠자인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1950년 이후 처음으로 한 때 2%를 밑돌아 1.97%까지 주저앉은 데 뒤이어 유럽 채권시장 가늠자인 독일 국채(분트) 10년물도 같은 날 기록적인 2.03%까지 하락했다. 미국과 독일 국채 수익률은 이후 소폭 반등했다.

영국 국채(길트) 역시 18일 기록적으로 낮은 2.273%까지 주저앉았다가 다음날 2.38%대로 소폭 반등했다.

모두 1조2000억달러의 자금을 움직이는 핌코 산하 '토털 리콜 펀드'에서 2350억 달러의 투자를 관장하는 그로스는 지난 19일 로이터 TV 회견에서 미 국채 수익률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진 데 대해 "(미국의 재)침체 가능성이 거의 확실함을 분명히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인플레이션 둔화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샌드라 피아날토 미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장도 19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지역 금융인과 만난 자리에서 식품과 에너지값이 강세를 보여왔지만 "인플레가 연말까지, 그리고 내년에도 지금보다 진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수치까지 언급해 내년과 2013년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물가관리 목표치인 2%, 혹은 이를 소폭 밑돌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피아날토는 그러나 미국의 성장이 올해 2%대에 불과하며 내년과 2013년에도 3% 수준에 도달하는데 그칠 것으로 본다면서 따라서 현재 9.1%인 실업률이 "이전의 통상적 수준"인 5.0-5.5%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몇 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로스는 로이터 회견에서 또 미국이 저성장 모드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구사할 수 있는 "재정 및 통화 정책이 소진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로이터 회견에서 '미국이 더블딥으로 갈 경우에만 미 국채를 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 그로스는 이날도 "(미국의 재)침체가 예견되지 않는 한 (미 국채에 투자할만한) 어떠한 가치도 없다고 본다"고 앞서 입장을 재확인했다.

마켓워치는 미 증시 불안이 내주에도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런 상황에서 금융시장이 오는 26일 연준의 연례 잭슨홀 회동 개막 연설에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어떤 말을 할지를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켓워치는 버냉키가 지난해 연설 때 모두 6000억달러가 투입되는 2차 '양적 완화'를 발표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이번에 3차 양적 완화(QE3) 카드가 공개될지 여부가 주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헤네지 펀드의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 브라이넌 페리는 마켓워치에 버냉키가 이번에 3차 양적 완화 카드를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왜냐하면 아직은 다른 방안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보유 단기 채권을 장기 채권으로 바꾸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구사하거나 아니면 시중은행의 여신 촉진을 위해 이들이 연준에 자금을 맡길 때 지급하는 금리를 인하하는 카드가 아직 남아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다수의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이미 '최소한 2013년까지 지금의 초저금리를 유지한다'고 이례적으로 시한까지 박아 발표한 약발이 증시에서 불과 닷새밖에 가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버냉키가 잭슨홀에서 시장을 안심시킬 수 있는 새로운 효과적 방안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고 가디언이 21일 전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