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원전 후쿠시마 1호기… 핵연료봉 완전 용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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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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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1호기의 핵 연료봉이 완전히 녹아내려 원자로 손상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료봉이 녹는 노심용융이 일어나면 플루토늄 등 인체에 치명적인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대거 배출된다. 이미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원자로 밖으로 유출됐고 핵연료가 땅 속으로 스며들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압력용기와 격납용기를 물로 가득 채워 6∼9개월 내 원자로를 안정화시키려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2일 도쿄전력에 따르면 1호기 건물 안으로 작업반이 들어가 압력용기의 수위를 측정한 결과 4m 길이의 연료봉이 냉각수 밖으로 완전히 노출됐다. 이 때문에 연료봉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녹아 압력용기 바닥으로 떨어졌고, 1000도가 넘는 고열의 연료봉이 압력용기 바닥에 구멍을 낸 것으로 보인다는 게 도쿄전력 측 설명이다. 도쿄전력은 그동안 1호기의 연료봉 손상비율을 55% 정도로 추정해 왔다.

도쿄전력은 1호기에 1만 m³의 냉각수를 주입했지만 물이 가득 채워지지 않은 것은 압력용기가 손상돼 물이 새버렸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1호기의 압력용기와 격납용기의 용적은 각각 360m³와 7800m³로 지금까지 부은 냉각수만으로도 물이 가득 차 있어야 한다.

도쿄전력은 “압력용기 표면온도가 100∼120도로 안정돼 있음을 감안하면 녹은 연료봉이 압력용기 바닥에 깔려 있는 물에 잠겨 어느 정도 냉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제는 연료봉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오염수가 이미 원자로 건물과 터빈 건물 지하로 유입됐다는 점이다. 이인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고온의 핵연료가 압력용기를 뚫고 나와 땅속으로 스며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심각한 토양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앞서 11일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서 흘러나온 고농도 오염수가 균열된 전력케이블용 터널을 통해 바다로 유출됐다. 지난달 초 2호기에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된 데 이어 1개월여 만에 3호기에서도 같은 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이 오염수에서 기준치를 각각 62만 배와 43만 배 웃도는 세슘 134와 137이 검출됐다. 도쿄전력은 콘크리트로 균열을 메워 유출을 막았지만 3호기 취수구 부근 바닷물에서는 기준치의 3만2000배에 이르는 세슘 134 등이 검출됐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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