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동시위 잇단 개입 힘 키우기… 美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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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정권 시위진압 돕고 바레인-예멘에도 도움 손길
美 ‘이란주도 종파전쟁’ 경계

그동안 미국이 여론의 비판에도 중동의 친미(親美) 독재정권을 지원해온 이유 중 하나는 ‘악의 축’인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 중동의 정세는 미국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중동의 정치적 혼란을 틈타 이란이 슬금슬금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반정부 시위 진압을 도와주기 위해 바레인에 군대를 파견한 것에 대응해 시아파인 이란은 시리아 정권의 시위 진압을 돕기 시작했다. 이란은 바레인이나 예멘의 시아파 시위대에도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의 민주화 요구 시위에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인다.

○ “시위진압 기술 전수”


미국 국무부의 마크 토너 부대변인은 14일 “이란이 시리아 정권을 돕고 있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며 “우리는 이 점을 실질적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란이 시리아에 시위 진압장비와 시위대의 반정부 온라인 활동을 감시하는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국민의 75%가 수니파인 시리아를 지배하고 있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은 시아파다. 이란이 시리아 정권을 돕는 것은 중동 지역에서 ‘시아파의 맹주’로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미 200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경험한 이란 정권은 시위진압 노하우도 상당히 갖고 있다. 미국 군 당국에 따르면 이란은 바레인과 예멘의 시아파 반정부 세력에도 현금과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달 초 사우디 압둘라 국왕을 만난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바레인 시위에 이란이 개입한 증거가 있다”며 이 같은 정보를 확인했다. 하지만 바레인 시위대는 민주화 시위의 정당성 훼손을 우려해 “이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 개입 명분은 시아파 강경진압

중동 시위가 이란 주도의 종파 전쟁으로 비화하는 것은 미국이 바라지 않던 시나리오다. 어렵게 쌓아온 중동 평화구도가 흔들리면서 대(對)테러 전선에 문제가 생기고, 이란의 영향력 확대는 우방인 이스라엘의 고립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 시아파 세력이 많은 이라크에서도 기존 철군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미국은 이란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헤즈볼라의 반미 세력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한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예멘과 바레인 등 친미 또는 수니파 정권에 시아파 시위대에 대한 강경진압 자제를 요청해 왔다. 이란에 개입 명분을 주지 말라는 의도였다. 하지만 최근 바레인이 사우디에 군대 파견을 요청한 데 이어 예멘도 강경진압을 이어가면서 사태는 도리어 악화됐다.

한편 시리아가 이란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시리아와 이란 모두 “증거가 없는 얘기”라고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는 14일 지금까지 구금된 시위대 수백 명을 석방하고 새 내각을 발표하는 유화책을 내놨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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