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日방사능 불똥… 안심 못할 한국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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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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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멍게-꽁치부터 간장-된장-청주까지 일본産 다량 수입

☞ 日, 후쿠시마 현 주민 방사능 수치 검사
주부 이슬기 씨(35·서울 중구 신당동)는 평소 대형마트에서 일본산 생태를 사 집에서 찌개를 자주 끓여 먹었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의 바닷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는 영 찜찜해졌다. 이 씨는 “가족들이 좋아하고 품질도 좋아서 일본산 생태를 즐겨 구입했는데 지금은 일본산 생선 구입이 많이 꺼려진다”고 말했다.

일본을 불안하게 만드는 방사성 물질 2차 오염과 관련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일본산 식품은 수산물이 대부분이다.

○ 수입 생태는 대부분 일본산

일본산 가운데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수산물은 명태다. 지난해 수입량은 3만1108t, 수입액은 5787만 달러(약 650억 원)였다. 명태 중 특히 냉장상태로 유통되는 수입 생태는 거의 대부분이 일본산이다. 얼려서 유통하는 동태의 경우 국내 원양어선단이 북태평양에서 잡은 것에 비해 일본산 동태는 크기가 다소 작아서 가공용으로 많이 수입된다. 돔은 일본의 양식기술이 좋아 일식집 등에서 횟감으로 활어 돔이 많이 수입된다.

우렁쉥이(멍게)는 이번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센다이와 이와테에 대규모 양식장이 밀집해 있다.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국산 활멍게가 물러져 품질이 떨어지는 4, 5월에 일본에서 집중적으로 수입된다. 일본 아오모리 지역에서 주로 양식하는 가리비는 원물보다는 조갯살을 수입해 초밥용 재료로 주로 사용한다.

이마트 수산담당 김석 과장은 “일본의 우렁쉥이와 가리비 양식장들이 이번에 지진해일로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져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갈치는 일본에서 주로 생물이 수입되는데, 낚시로만 잡는 국산에 비해 그물로 잡은 것이 많다. 가격도 국내산의 80% 수준으로 국내 대형마트들이 최근 가격이 폭등한 국내산의 대체용으로 수입, 판매해 왔다. 고등어는 일본 열도 남부 규슈 인근 해역에서 소형 어선들이 조업해 잡은 것이 많으며 생물과 냉동 모두 유통된다. 참치는 일식집에서 횟감용으로, 꽁치는 통조림이나 가공용, 업소용 등으로 주로 수입하는 어종이다.

일본산 수입 농산물과 가공식품은 원재료보다는 간장, 된장 등 장류나 소스류, 주류 등 가공식품이 주를 이룬다. 주류 중에서는 청주의 지난해 수입액이 1369만 달러(약 154억 원)로 가장 많았다. 제과업체 등에서 원료로 많이 쓰는 쇼트닝도 일본산이 많이 수입된다.

○ 유통 중단 잇따라


후쿠시마 원전 인근 바닷물의 방사성 물질 오염이 확인된 후 국내에서도 유통 중단 조치가 잇따라 취해지고 있다.

롯데마트는 생태 판매를 22일부터 중단했다. 고등어는 12월에 일본에서 잡은 것을 1, 2월에 국내에서 비축해서 냉동자반으로 팔고 있다. 시기적으로 방사성 물질 오염과 무관한 제품이어서 그냥 팔기로 했다. 갈치는 22일부터 일본산 추가물량 확보를 보류하고 있다.

홈플러스에서 파는 생태는 100% 일본산으로 22일 판매가 중단됐다. 고등어는 일시적으로 국내산이 공급되지 않는 시점에 수입해왔는데 이 역시 판매를 멈췄다. 신세계백화점도 일본에서 들여오던 생태와 꽁치의 수입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반면에 이마트는 일본산 생태를 계속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측은 “우리가 파는 생태는 홋카이도산으로 방사성 물질 오염에서 안전하며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검사도 통과해 계속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대지진 이후 이마트의 생태 판매량은 20% 감소했고 그 대신 러시아산 동태 판매가 50%가량 늘었다. 일본산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소비자들이 대체상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3일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福島)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일본산 식품에 한해 유통 보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의 유통을 잠정 보류시킬 수 있는 조치로 검토되는 생산지는 후쿠시마 이바라키(茨城) 도치기(회木) 군마(群馬) 현 등 4곳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가공식품은 청주, 미소(일본 된장) 등이 대표적이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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