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전쟁]리비아 공습 나흘만에 ‘출구전략’ 솔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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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타개책 논의” 클린턴, 망명가능성 언급

《 다국적군이 리비아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지 4일 만에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미국 영국이 똑같이 ‘출구전략’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물론 양측이 생각하는 전략은 서로 다르다. 카다피 원수의 목표가 ‘생존’인 반면에 미국과 영국은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를 찾고 있다고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밝힘에 따라 제3국 망명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카다피 원수가 연일 이어지는 다국적군의 공습에도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지만 실은 비밀리에 나름의 ‘출구전략’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클린턴 장관은 22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와 가까운 사람들이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 북미 등 세계의 지인들을 찾아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국면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카다피는 여러 국가에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하면서 일종의 게임을 하고 있다”며 “카다피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는 면이 있지만 ‘내가 어디로 갈 수 있는지’ ‘내 옵션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클린턴 장관은 카다피 원수가 고려하는 옵션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카다피가 자발적 퇴진을 진지하게 고민하는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다국적군의 공습을 받고 있는 카다피가 아마도 망명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겉으론 ‘끝까지 싸우겠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지만 국제사회와 반카다피군의 퇴진 압력에 무한정 버티기는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 클린턴 장관은 이날 “미국이 카다피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속단하기 힘들다”며 “그가 권력을 잡고 있는 한 안정적이고 민주적인 리비아를 이룩하기는 힘들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카다피 원수의 ‘명예퇴진’을 위한 협상 가능성은 리비아 사태가 급격히 악화된 이달 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달 초엔 반카다피군 측이 카다피 원수에게 사면을 조건으로 망명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지금도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더 이상의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카다피 원수를 즉각 퇴진시키는 대신 그를 법정에 세우지 말고 자기가 원하는 나라로 망명하게 하는 협상카드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다국적군은 수십억달러 전쟁비용에 ‘이쯤에서…’ ▼


다국적군을 이끌고 있는 미국과 영국도 벌써부터 ‘출구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장기전으로 인한 막대한 전쟁비용 걱정 때문이다.

전비를 둘러싼 논란은 미국 내에서 벌써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내셔널저널은 이날 미국이 리비아 군사작전에 사용할 비용이 수십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첫날 공습 때 미사일 발사에 사용한 돈만 1억 달러를 넘는다는 것. 미국과 영국은 지중해에 배치한 함정과 잠수함에서 1기에 100만 달러가 넘는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최소 161기나 발사했다. 21일 리비아 상공에서 고장으로 추락한 F-15전투기의 구입 가격은 3000만 달러가 넘는다.

전투기와 군함에 드는 기름값만도 매주 수천만 달러나 된다. 20일 B-2스텔스기 3대가 미국 미주리 주 휘트먼 공군기지에서 리비아로 출격했다 돌아오는 데 기름값만 600만 달러가 들었다. 군사 전문가들은 작전이 조기에 종료되지 않으면 백악관이 의회에 추가 예산을 긴급 요청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추가 예산을 편성해도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토드 해리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번 작전에 들어갈 미국의 전비가 수십억 달러를 쉽게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내에서도 출구 전략을 공개하라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역시 천문학적인 전비 때문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2일 자체 분석 결과 영국이 비행금지구역에서 별다른 공격 없이 초계임무만 수행하는 데도 하루 320만 파운드(약 59억 원)가 든다고 보도했다.

외교관 출신인 로리 스튜어트 의원은 “군사개입 정도를 ‘비행금지구역 이행’으로만 제한하고 리비아 내부 갈등에는 개입하지 말 것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 랭커스터 의원도 “군사개입을 끝낼 시점을 정할 새로운 유엔 결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닉 하비 국방부 차관은 “리비아 군사작전이 앞으로 얼마나 갈지 정부도 모른다”며 출구전략에 대한 고충을 내비쳤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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