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폭격]카다피의 선택과 리비아의 미래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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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서방 식민지 침탈에 항전”… 주요 시설에 ‘인간방패’

다국적군이 19일 전격 공습에 나서자 무아마르 카다피 진영은 ‘인간방패 작전’으로 대응했다. 폭격으로 시민들이 죽어나갈 수 있다고 선전함으로써 카다피군의 무차별 학살로부터 무고한 시민을 지키기 위해 개입했다는 서방의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고도의 전술로 보인다. 앞으로 서방국가들의 공습은 인간방패를 의식해 상당 부분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일 카다피 측은 자신의 지지자 수백 명을 인간방패로 동원했는데 그 가운데는 친위대원의 가족으로 보이는 여성과 어린이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 카다피의 선택… 마이웨이냐 협상이냐


카다피 원수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 하나는 다국적군 공습을 무릅쓰고 벵가지 공격을 다시 강행하는 것이다. 리비아 정규군과 반군의 압도적인 전력차를 감안할 때 벵가지를 점령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압도적 화력을 자랑하는 다국적군의 공습을 피할 수가 없다. 설사 승리한다고 해도 카다피 정권을 지탱해주는 리비아 정규군은 재기가 불가능할 만큼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반카다피군이 다시 전열을 재정비한다면 카다피 원수의 운명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두 번째 길은 인간방패 작전을 계속하면서 서방세계의 공습을 차단하면서 국제사회와 협상을 통해 장기전을 벌이는 것이다. 카다피 원수의 신변 안전을 보장받고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리비아 대부분 지역의 카다피 통치권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비행금지구역 운영에는 막대한 인력과 재정이 수반되므로 장기전이 될수록 국제사회의 피로도가 커질 수 있다. 카다피 원수는 19일 다국적군의 공격을 ‘식민지화를 위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또 무기고를 개방해 100만 명 이상의 국민에게 무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외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향후 있을 수 있는 다국적군의 지상군 투입에 대비한 엄포용일 수 있다.

○ 지상군 투입 가능성 부인하는 서방국


다국적군의 공습 명분은 ‘리비아군의 폭력적 진압에 따른 시민 보호’다. 미국은 물론 다른 서방국가들은 이번 공습이 대량 인명 살상을 막으려는 인도주의적 목적 때문이지 카다피 정권의 축출을 위한 행동은 아니라며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향후 리비아군이 군사행동을 중단하면 서방국가도 리비아를 공습할 명분을 찾기 힘들다. 이 경우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한 서부와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동부가 어느 한쪽도 먼저 움직이기 힘든 장기적인 대치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

리비아 상황은 1990년대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북부지역 쿠르드족과 대치했던 모습과 흡사하다. 1991년 걸프전 이후 후세인 정권에 의한 쿠르드족 학살을 우려한 서방은 북위 36도 이북 지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 북부 지역은 2003년 미군이 바그다드로 진주할 때까지 후세인 정권의 통치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 자치구로 존재해왔다. 향후 리비아도 동부 지역이 카다피 통치에서 벗어나 자치권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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