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日本 대지진]원전 1∼6호기 외 별도보관… 냉각 비상

  • Array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제7의 화약고’… 6375개 폐연료봉 수조도 고장지진뒤 냉각장치 고장… 1~6호기 4546개보다 많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새로운 위험요소가 발견됐다. 사용후핵연료 6375개가 별도 보관된 공용 수조의 냉각기가 고장 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후쿠시마 원전에는 원자로 1∼6호기의 4546개를 포함해 총 1만921개의 사용후핵연료가 안전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밝혀졌다.

○ 공용 수조의 냉각기도 고장

사용후핵연료 6375개가 보관된 공용 수조는 4호기에서 서쪽으로 50m 떨어진 건물에 있다. 이 수조의 수위는 변화가 없지만 냉각 장치가 고장 나 온도가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따르면 18일 오전 11시 현재 이 공용 수조의 온도는 섭씨 55도다. 이 수조는 평상시에는 30도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공용 수조의 수온이 이대로 계속 오르면 4호기 건물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처럼 수소 폭발을 일으켜 방사성 물질을 배출할 개연성이 있다. 물이 증발해 수증기가 되면 핵연료를 감싸고 있는 피복(被覆·핵연료를 싸는 얇은 막)과 반응해 수소 가스가 발생한다. 그 뒤에는 산소가 반응해 핵연료가 타기 시작한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핵연료가 타면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이 미세한 분말 형태의 재가 돼 대기 중에 퍼진다”며 “1∼3호기에서 빼내는 증기에 섞인 방사성 물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이 나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핵연료가 연쇄적으로 핵분열을 일으켜 대량의 방사선을 방출할 우려는 적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규정대로 했다면 격납용기가 없는 공간에 보관된 사용후핵연료는 ‘비임계(非臨界·핵분열 연쇄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경계) 질량’인 0.98 이하로 유지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임계 질량은 연쇄 핵반응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 임계질량인 1 이하의 상태를 뜻한다. 이때는 방사성 물질이 핵분열을 일으켜도 주변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홀로 방사선을 방출하고 끝난다.

○ 수년 지났으면 안전할 수도

향후 이 핵연료가 얼마나 위협이 될지 판단하려면 수조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되고 있는 원전 4호기와 가까워 작업자가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곳에 보관된 사용후핵연료는 사용한 지 수년이 지났을 것으로 알려져 수온이 천천히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사용후핵연료는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이 핵분열을 하며 열을 낸다. 방사성 물질은 핵분열을 마치면 더는 에너지를 내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발생하는 열이 줄어든다. 원자로에서 갓 꺼낸 사용후핵연료와 1∼2년이 지난 핵연료가 내는 열은 현격한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얼마 만에 핵연료를 교체하는지 파악되지 않아 6375개 중 최근 것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도 “4호기 원전 건물에도 수조가 있는 것을 보면 원자로에서 꺼낸 핵연료는 건물 안 수조에 넣어뒀다 시간이 지난 뒤 공용수조에 보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공용 수조의 사용후핵연료가 꺼낸 지 오래됐다면 전기를 공급한 뒤 냉각기를 작동시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1∼6호기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는 여전히 위험한 단계다. 후쿠시마 원전에는 1호기의 보관용 수조에 292개, 2호기 587개, 3호기 514개, 4호기 1331개, 5호기 946개, 6호기 876개 등 총 4546개가 보관돼 있다. 이 중 4호기의 수조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수조의 물이 증발하며 사용후핵연료 일부가 노출돼 15일 이미 수소폭발이 일어났고 수조의 물이 증발하는 속도도 빠르다. 폭발 전날 마지막으로 측정한 수온이 84도였다. 18일 오전 헬기가 접근해 확인한 결과 수조에는 물이 아직 남아 있지만 헬기나 소방호스로 외부에서 계속 물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이날 발표한 ‘지진피해정보’에 따르면 5, 6호기의 수조는 18일 현재 각각 66.3도와 64도로 안전한 수준보다 30도를 웃돌고 있다. 다만 최근 사흘 동안은 3∼6도 정도만 변할 뿐 오르는 경향은 뚜렷하지 않다. 1∼3호기는 온도 센서가 작동하지 않고 접근도 어려워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상태다.

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