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속의 중국]中에도 민주화혁명 번질까

  • Array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베이징 시위, 소수의 거지 같은 행위예술” vs “성공적 실험”

톈안먼 광장의 공안 순찰차 21일 짙은 안개가 낀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 부근을 공안 순찰차량이 돌고 있다. 20일 벌어진 돌발 시위에 놀란 중국 당국은 21일 시내 곳곳에 공안을 집중 배치해 추가 시위에 대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톈안먼 광장의 공안 순찰차 21일 짙은 안개가 낀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 부근을 공안 순찰차량이 돌고 있다. 20일 벌어진 돌발 시위에 놀란 중국 당국은 21일 시내 곳곳에 공안을 집중 배치해 추가 시위에 대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에서 20일 오후 기습적으로 이뤄진 ‘민주화 시위’는 아랍권에 불어닥친 ‘재스민 바람’이 중국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단초를 제공해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시위는 실제로는 2, 3개 도시에서 진행됐지만 인터넷을 통해 중국의 13개 도시와 홍콩 등에서 다발적으로 추진됐을 뿐 아니라 중국 민주화를 추진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 중국판 재스민 혁명 가능성은?

중동과 아프리카의 민주화 혁명은 장기 독재에 대한 염증과 빈곤 등이 겹쳐 발생했다. 중국도 물가와 집값 상승에 따른 민원과 지역 계층별 소득격차에 따른 불만, 경제성장을 못 따라가는 언론 집회의 자유 같은 정치적 자유에 대한 갈망도 커지고 있다. 2010년 업종 간 소득차가 15배로 벌어졌다는 보도가 나왔으며 중국의 지니계수는 2009년 0.47로 올라갔다. 지니계수가 0.4를 넘으면 불평등한 소득분배로 사회불안을 초래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한 해 10%를 오르내리는 고성장으로 경기가 활황이다. 파이가 커지고 있어 그만큼 불만이 누그러들 여지가 많다. 지방 관리의 부패에 대한 비난이 높지만 1949년 이후 61년째를 맞은 공산당의 장기 집권은 일부 지식층을 제외하고는 지지도가 높은 편이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1일 “서방의 일부는 중국이 ‘이집트 다음 차례’가 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이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20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재스민 혁명을 흉내 낸 사람들은 ‘길거리의 거지’와 같았다고 깎아내렸다. 이어 “어제처럼 소수가 ‘행위예술(Performance Art)’로 주의를 끌어보려는 그런 극단적 행동을 한 현실에 대해 중국은 항상 인내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그들이 혁명으로 이끌려 한다면 대중이 반대하기 때문에 좌절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중국 민주화 세력의 역량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의 주역이었던 왕단(王丹) 씨는 20일 시위에 대해 “인터넷을 통한 행동이 성공적이었다”고 평했다. 왕 씨는 “이번 행동은 미래에 인민들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실험이나 훈련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샤오보(劉曉波) 박사의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은 중국 민주화운동가들의 개가로 꼽힌다.

중국의 반체제 인사나 민주화운동 가담자들의 규모에 대해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2008년 12월 ‘08 헌장’에 서명했던 베이징대 샤예량(夏業良) 교수는 “실명을 드러내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한정해도 수천 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검열과 단속으로 평소에는 활동이 위축되지만 어떤 계기가 있으면 역량을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중국 인터넷의 힘은?

중국의 인터넷 검열 조치는 ‘만리 방화벽’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강력하다. 2009년 7월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시위가 발생하자 우루무치에서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민감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신속히 키워드 검색 제한 조치가 이뤄진다.

하지만 누리꾼이 4억 명을 돌파한 중국에서는 이 같은 ‘방패’에 맞서는 ‘창’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검열은 인터넷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로 돌파가 가능하다. 중국 누리꾼들은 이를 ‘담 넘기 공구’로 부른다. 이번에도 시위가 소규모로라도 이뤄진 것은 당국의 방패를 뚫고 소식을 전파했기 때문이다. 중국 누리꾼은 촘촘한 검열망 속에서도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微博)와 메신저 등을 통해 ‘인터넷 민주주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