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지도자 - 젊은 국민’ 세대차 클수록 소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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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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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적으로 본 중동 시위

젊어진 국민과 늙은 지도자 간의 세대 차가 중동 민주화 도미노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재스민 혁명’으로 중동 민주화 시위에 불을 붙인 튀니지의 국민 평균 연령은 29.7세다. 그런데 23년간 철권통치를 하다 지난달 축출된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대통령은 74세로 평균 연령과 무려 44.3세나 차가 났다. 이집트는 이보다 더 심했다. 국민 평균 연령이 24세인데 권좌에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82세로 무려 58세의 차가 났다.

시위가 진행 중인 다른 이슬람 국가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리비아 44.8세, 이란 45.4세(최고지도자 기준), 예멘 48.6세, 알제리 46.9세 등으로 지도자 나이와 국민 평균 연령의 차가 마흔 살이 넘는다. 중동은 영·유아 사망률이 타 지역에 비해 급격히 줄어들면서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많아져 국민 평균 연령도 낮아졌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소통이 불가능해진 기존 구체제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항이라고 이번 시위를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행되는 잡지 ‘아라비안옵서버’의 편집장인 압둘 아지즈 알카미스 씨는 “이전 세대에 비해 서구 사회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들은 통치자에게 좌지우지되지 않는 자신만의 존엄과 권리를 발견하게 됐다”며 “나이든 종족 대표나 종교 지도자들은 예전처럼 젊은 세대에 지도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칸대의 클로비스 마크수드 교수도 “아랍권 젊은 세대들이 정권에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나이든 구체제가 가질 수 없는 휴대전화 카메라,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첨단 기기의 활용 능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리비아 쿠바 북한 등 다른 독재 국가에서도 통치자와 국민 간의 세대 격차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국민 평균 연령은 33.9세로 16일 70세 생일을 맞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36.1세 차가 난다.

반면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최근 젊은 지도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영국은 국민 평균 연령과 지도자의 나이 차가 4.5세이며 미국(13.2세) 독일(13.3세) 프랑스(16.3세)도 스무 살을 넘지 않는다. 한국은 이명박 대통령과 국민 평균 연령(37.9세) 사이에 32.1세의 차이가 난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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