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달인들 슈퍼컴퓨터에 완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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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퍼디’ 퀴즈쇼 대결… 누적 상금 무려 3배 차이

컴퓨터가 퀴즈 달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미국 CBS방송 인기 퀴즈쇼 ‘제퍼디’는 14∼16일 사흘 연속 IBM에서 만든 슈퍼 컴퓨터 ‘왓슨’과 퀴즈 달인 2명의 대결을 방영했다. 왓슨은 첫날에는 접전을 펼쳤으나 이튿날부터 크게 앞섰다. 결국 상금 7만7147달러를 받아 함께 문제를 푼 켄 제닝스(2만4000달러), 브래드 루터 씨(2만1600달러)를 물리쳤다. 제닝스 씨는 이 프로그램에서 최다 연승(74연승)을, 루터 씨는 최다 누적 상금(325만 달러)을 기록한 주인공이지만 사람처럼 말귀를 알아듣는 컴퓨터 앞에서는 족탈불급이었다.

왓슨의 가장 큰 무기는 버저를 누르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 왓슨은 사회자가 문제를 다 읽기 무섭게 버저를 눌렀다. 사회자가 문제를 읽는 동안 문제 내용은 텍스트 파일로 왓슨에게 전송됐다. 왓슨은 사회자가 문제를 다 읽기 전까지는 부저를 누를 수 없게 설계됐다.

IBM은 왓슨을 통해 컴퓨터가 일상 언어를 디지털 코드로 바꾸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인터넷 검색엔진이 키워드를 토대로 정보를 찾는 것과 달리 왓슨은 인간의 일상언어를 문장 단위로 받아들여 분석한 뒤 답을 내놨다. 이는 IBM에서 최근 2년 동안 역량을 집중한 ‘심층 문답시스템(Deep question-answering)’ 프로젝트의 연구 성과다. 사람처럼 묻고 답하는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왓슨은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그래서 어려운 문제는 잘 맞히면서 쉬운 문제에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 일도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의 이름을 딴 공항이 있는 미국 도시’를 묻는 문제에 왓슨은 (캐나다에 있는) ‘토론토’라고 답해 방청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정답은 이 퀴즈쇼를 촬영한 시카고였다. IBM 연구소의 에릭 브라운 박사는 “사람들 머릿속이 꼬일 때가 있는 것처럼 왓슨도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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