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레인 민주화시위 ‘유혈참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경찰, 반정부시위대 텐트촌 새벽 급습… 4명 사망 200여명 부상

민주화 열풍이 불어닥친 바레인에 유혈참극이 빚어졌다. 바레인 정부는 16일 전격적으로 시위대 무력해산에 나서 이 과정에서 시위대 4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경찰도 1명이 사망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시위와 관련한 총 사망자 수는 7명으로 늘어났다.

바레인 경찰은 16일 오전 3시를 기해 수도 마나마의 펄 광장 텐트 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시위대를 고무탄환과 최루탄, 곤봉 등으로 무차별 공격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광장에는 다수의 여성과 어린이들도 있었다. 시아파 야당 지도자인 셰이크 알리 살만 이슬람국가협의회(INAA) 당수는 “평화로운 집회에 대한 야만적이고 정당화될 수 없는 공격”이라고 맹비난했다.

경찰은 시위대를 몰아낸 뒤 광장 주변에 철조망을 설치해 출입을 통제했다. AP통신은 강제 해산작전 종료 몇 시간 뒤 마나마 시내에서 군 탱크와 장갑차가 목격됐다며 이는 군의 개입을 알리는 첫 신호라고 분석했다. 경찰도 주요 도로에 검문소를 설치했으며 시위대가 다시 집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혁명 성공에 자극받은 바레인 반정부 시위대는 15일부터 펄 광장에 모여 광범위한 정치개혁을 요구해왔다. 요구 사항에는 현재 40년간 집권하고 있는 할리파 빈 살만 알할리파 총리를 배제한 새 내각 구성을 비롯해 헌법 개정, 정치범 석방, 일자리 창출 등이 포함돼 있다. 200년 이상 된 바레인 왕실의 폐지를 요구하는 구호까지 등장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국은 이날 새벽 강제진압이 시작되기 전 바레인 정부를 향해 재차 자제를 촉구했으나 유혈사태를 막는 데 실패했다. 바레인은 미 해군 5함대 기지가 있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기도 하다. 젠 타레크 알하산 바레인 내무부 대변인은 “시위대에 대화의 기회를 주었지만 시위대는 기회를 모두 잃었다”며 “광장을 무력으로 비울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BBC방송은 바레인 정부의 무력진압에 대해 왕실이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바레인 시위는 또 한 차례의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18일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집트 정부는 16일 이번 반정부 시위로 최소 36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흐메드 사메흐 파리드 보건장관은 “이는 잠정치이며 경찰 사망자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홍해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 머물고 있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에게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우디로의 망명을 권유했다”고 사우디 당국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떠나기를 거부하고 있다”며 “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