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 민주화 지진이 나고 있다”]이란 시위 원인과 전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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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가스값 뛰는데 보조금 삭감… 서민분노 폭발

아랍권 민주화운동의 불길이 마침내 이란까지 확산되면서 테헤란 거리에서 반정부 시위 구호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비(非)아랍국이면서도 중동의 주요국이며 세계 반미국가의 선봉이라는 점에서 이란의 변혁은 세계 질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18일로 이슬람 혁명 32주년을 맞이하는 이란의 정치 상황은 30년간 독재통치가 이뤄졌던 이집트와는 다르다. ‘이란이슬람공화국’을 표방하는 이란은 헌법상 대통령의 연임을 한 번만 보장하고 있고 3권 분립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경 이슬람 세력이 주도하는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젊은층의 반발, 인권 유린, 빈부격차 심화와 물가 폭등 등이 복합돼 일어난 이번 시위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신정(神政)과 민주주의가 결합된 정치제도


이란의 정치 시스템은 독특하다.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 후 신정과 서구식 입헌 민주주의 요소를 결합한 정치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정치권력은 대통령 국회의원 등 선출된 권력과 종교지도자 성격인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비(非)선출 권력이 결합된 형태를 띠고 있다.

겉으로는 힘의 균형이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최고지도자는 국가 최고 통치권을 갖고 있다. 군 최고통수권을 비롯해 대통령, 사법수장 임면권 등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통령의 포괄적인 권력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개혁파 정치인들은 정치체제 개혁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정당의 역할이 유명무실한 것도 정치 발전의 장애로 꼽힌다. 1987년 이슬람공화당의 해체 후 공식 정당은 없다. 현재 100여 개의 정치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정당에 자금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선거 후보자의 자격도 헌법수호위원회가 심사한다. 2009년 대통령선거 부정시비로 야기된 유혈사태 이후 정부 통제가 강화된 것도 이번 시위를 촉발한 원인이다. 온라인과 이동통신 검열의 강화뿐만 아니라 언론 탄압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이 정부 소유이며 TV 채널을 사기업이 소유하는 것은 불법이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교수(이란어과)는 “이란 시위가 이집트와 다른 건 야당 성향의 지도자가 앞장섰다는 점”이라며 “지도자들이 원하는 건 이슬람 정권의 내부 개혁이다. 이 때문에 이번 시위가 체제 전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빈부격차로 서민들 등 돌려


이른바 ‘도시 신귀족’에 반감을 가진 서민들이 대거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는 점도 이번 이란 시위의 특징이다. 도시 신귀족은 지난 20년간 극심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올라 부자가 된 계층을 지칭하는 말.

정부는 최근 생필품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월 밀가루 석유 가스 전기 물 등의 가격까지 줄줄이 인상됐다.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로 인해 빈부격차를 줄이겠다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서민층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005년 대선 출마 당시 ‘석유 이익은 국민에게’라는 슬로건으로 국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무함마드 하타미 정권 시절 ‘개혁파 기득권층’이 석유 이권을 서방에 팔아 이득을 챙기며 국민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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