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재스민혁명’ 페이스북 타고 중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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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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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통제 뚫고 ‘민주화’ 촉발 시위 확산… 모방성 분신 잇따라“벤 알리측 금괴 1.5t 빼내 망명”

23년 철권통치를 무너뜨린 튀니지 ‘재스민 혁명’의 여파로 독재자들이 집권하고 있는 중동·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민주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16일 예멘 수도 사나에서는 대학생과 인권운동가 1000여 명이 튀니지 시민혁명을 지지하는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예멘에서 33년째 장기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국민이) 실각시키기 전에 먼저 떠나라”란 구호를 내걸었고 독재자들에 대한 아랍 국민의 ‘혁명’을 촉구했다.

요르단에서도 1000여 명이 의회 앞에 모여 물가 상승과 시장주의 개혁에 항의하고 권위주의적 통치의 종식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요르단 야당 이슬람행동전선(IAF)은 웹사이트에서 “폭정은 아랍 세계 모든 악의 근원”이라며 아랍 국가의 르네상스를 위한 진정한 개혁을 요구했다.

수단 야당들도 이날 “전체주의 체제와 일당독재 체제의 종식”을 촉구하며 알리 마흐무드 재무장관이 물가상승의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단은 올 들어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설탕 가격이 일주일 만에 15%나 오르고 빵과 휘발유 가격도 지난해 12월보다 각각 20%, 33% 오르면서 시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최근 소요사태가 있었던 알제리에서는 실업과 주택 문제에 항의하며 분신을 시도한 30대 남성이 이틀 만인 16일 숨졌다. 알제리에선 지난 한 주간 정부에 항의하는 자살기도 사건이 4건이나 발생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29년째 집권하고 있는 이집트에서도 17일 생활고에 시달려온 한 50대 남성이 카이로 시내의 의회 건물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런가 하면 모리타니에서 40세의 한 남자가 대통령궁 앞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등 튀니지 이웃 국가들에서는 모방성 분신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언론을 통제하는 중동·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이처럼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는 데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사이트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25일 이집트 민주화 시위를 벌이자고 촉구하는 그룹이 나타났으며 튀니지 시민혁명에 대한 연대감의 표시로 프로필 사진을 튀니지 국기로 바꾸는 페이스북 유저들도 속속 등장했다.

한편 최근 축출된 진 엘아비딘 벤 알리 튀니지 전 대통령 일가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 직전 1.5t 상당의 금괴(약 670억 원)를 자국 은행에서 빼내갔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16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벤 알리 전 대통령의 부인 에릴라 여사가 튀니지 중앙은행에 보관해 둔 금괴 인출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뒤 대통령이 직접 인출을 요구했다는 것. 은행 측은 처음에 이마저 거부했으나 결국 인출을 허가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 한국봉사단원등 60명 튀니지 철수 ▼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17일 오후(현지 시간) 대통령이 시위대에 밀려 해외로 탈출하는 등 혼란이 커지고 있는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봉사단원과 가족, 현지 파견 전문가 54명을 항공편으로 귀국시켰다. 이들은 18일 오후 한국에 도착한다.

18일에는 비자 연장을 위해 여권이 튀니지 외교부에 있는 봉사단원 6명이 추가로 여객기에 탑승해 19일 오전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KOICA는 튀니지에서 진행하는 무상원조 프로젝트 4개를 일단 3개월간 중단하고 튀니지가 안정을 되찾으면 사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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