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환추시보 ‘중국이 세계1위 된다면’ 기사게재,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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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미국추월” 과시… 후 訪美 지원사격

“중국이 세계 1위가 된다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역사적인 미국 국빈 방문을 하루 앞둔 1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국제 시사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가 ‘중국이 세계 1위가 된다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관영언론이 ‘중국이 세계 1위’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지 않는다”, “중국은 주요 2개국(G2)이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해왔다. 중국 위협론의 확산을 경계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환추시보는 이날 “중국 굴기(굴起·떨쳐 일어남)에 대한 토론이 점점 ‘세계 제일이자 미국을 제친 중국을 어떻게 대하느냐’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1위를 주제로 전문가 4명의 의견을 게재했다. 이런 낙관론이 중국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는 주제이지만 중국이 곧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듯한 느낌을 곳곳에서 풍긴다.

다웨이(達巍)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미국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은 여러 방면에서 이미 세계 1위가 되었다”면서 “총량상 이런 1위는 아주 정상이지만 외부 세계에 큰 충격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은 1인당 소득으로 스스로를 봐 인식 차이가 큰데 국제사회에서는 총량이 주로 국력비교의 지표가 된다”며 “대국만이 항공모함과 차세대 전투기, 우주개발 등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신바이(吳心伯) 푸단(復旦)대 미국연구중심 부주임은 “서방은 300여 년간 세계를 주도한 것에 익숙해 비서방 국가가 어떤 분야에서 서방을 앞지르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서 “중국이 어떤 분야에서 1등을 했다고 하면 이에 따른 부작용을 부각시키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는 곧 미국이 경제 규모로 세계 2위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정융녠(鄭永年)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연구소 소장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고실업, 유럽은 재정난 등 자신감을 잃어버린 반면 중국은 무난히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규모도 커져 중국의 실력에 대한 과대평가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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