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교·안보팀 연초 한중일 순방 배경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3일 0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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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미국의 외교, 안보팀이 잇따라 한국을 방문한다.

2일 미 국무부에 따르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일부터 7일까지 한국, 중국, 일본을 순방하며, 바로 뒤를 이어 9일부터 14일까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역시 한, 중, 일 3개국을 방문한다.

미국 외교·안보팀의 이번 순방 계획은 한국과 미국이 지난 연말부터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는 물밑 분위기와 맞물려 주목을 끌고 있다.

미 행정부의 공식 임무 성격을 띠지는 않았지만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지사가 평양을 방문한 뒤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부각시켜 왔고, 이명박 대통령도 비슷한 시기에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언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미국 외교·안보팀의 연쇄 방문은 오는 19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이슈를 현장에서 점검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가 일차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의 천안함 격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여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미중 정상의 원만한 의견 접근을 위해 실무선에서 사전정지 작업을 해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이 그간 북한을 대변하다시피 하면서 조속한 '대화 재개'를 주장해온 만큼 미국은 보즈워스 대표를 보내 중국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에 대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반응을 청취할 전망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보즈워스 대표 일행은 한국 정부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각별히 귀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즈워스 대표 일행의 순방이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한 뒤 그 목표를 향해 분위기를 몰고 가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 아니라,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 수순으로 넘어갈지를 판단하기 위한 행보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아직 북한이 천안함 및 연평도 사태와 같은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도 하지 않았고,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보여준 적도 없기 때문에 일단 한중일 3개국의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게이츠 국방장관이 보즈워스 대표 일행에 뒤이어 한중일 3개국 순방길에 오르는 것은 북한에 대해 "대화 쪽으로 U턴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게이츠 장관은 애초 중국과 일본만 방문하려던 계획을 수정, 막판에 한국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게이츠 장관은 특히 방한기간에는 김관진 국방장관을 만나 북한의 최근 동향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북한의 도발 및 핵, 미사일 프로그램 위협에 맞서 한, 미간 동맹관계를 심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즉 미국은 북한과 대화의 문은 열어두되, 북한의 잘못된 행동이 재발할 것에 대비한 철저한 군사적 대비도 갖춰놓겠다는 이른바 '투트랙' 외교·안보 정책을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조야는 2011년 새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직면한 외교적 도전 과제의 하나로 북한 문제를 꼽고 있을 정도로 한반도 평화정착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냐, 아니면 긴장상태가 계속 될 것이냐에 관심을 쏟고 있다.

신년 벽두에 이뤄지는 미국 외교·안보팀의 잇단 방한은 올해 한 해 북한 문제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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