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00년만의 폭우… 국제 곡물값 폭등 조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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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곡창지대 휩쓸어… 동부 항구-공항 폐쇄 위기세계최대 광산지역 생산 중단… 국제 광물값도 들썩

약 일주일간 이어진 폭우로 호주 동부 곳곳에 비상사태가 선언된 가운데 세계 최대 광산지역 중 하나인 퀸즐랜드 주에서도 석탄 생산이 중단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세계적인 자원부국인 호주가 대규모 홍수 피해를 봄에 따라 국제 광물 및 곡물가격도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앵글로아메리칸과 리오틴토, BHP빌리턴 등 광산업체 5, 6곳이 보유 광산에 대한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이는 광산업체가 자연재해나 전쟁 등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주문 및 생산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상태를 말한다. 지난해 2억6000만 t의 석탄을 수출한 호주에서 이처럼 불가항력이 선언된 광산은 생산량 기준으로 전체의 35%에 이른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는 “호주의 폭우로 석탄을 비롯한 주요 광물 및 생필품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의 폭우는 이 나라의 광대한 곡창지대도 휩쓸어 글로벌 곡물가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당의 경우 전체 작물의 약 18%가 이번 폭우로 수확이 연기됐고 밀 생산도 차질을 빚어 국제 밀값이 최근 3주간 최고치로 올랐다. 밀 생산은 이미 러시아의 가뭄으로 큰 타격을 입어 올해만 가격이 48% 급등했다. 성탄절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비는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호주 동북부 해안도시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피해를 줬다. 퀸즐랜드 지역은 이미 지난봄(2010년 9∼11월)에 예년의 3배에 이르는 비가 내려 100년 만의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고 새해 연초에도 당분간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퀸즐랜드 주 애너 블라이 총리는 지난해 12월 31일 ABC방송에 출연해 “폭우로 주내 22개 도시가 범람 또는 고립됐고 20만 명이 홍수 피해를 봤다”며 “피해지역은 프랑스와 독일을 합친 면적보다 넓다”고 말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도 이날 재해 지역인 동부 번더버그 시 등을 긴급 방문했다. 번더버그의 항구는 이날 강 하류에 밀려드는 폐기물로 화물 선적이 중단됐고 동북부의 록햄프턴 시 공항도 폐쇄될 위기에 처하는 등 주요 기반시설의 피해도 잇따랐다.

호주 당국은 피해가 확산되자 서둘러 복구 및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다. 퀸즐랜드 주는 주 예산 100만 호주달러로 재해구제기금을 마련해 피해자 구제에 나섰고 길라드 총리도 같은 액수의 기금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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