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정례회의, ‘한반도 긴장’에 침묵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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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장외 신경전.."사실상 논의 종료"

전날 8시간 30분 동안의 마라톤 회의가 아무런 결론 도출 없이 무산된 뒤 20일(현지시간) 열린 안보리 정례회의에서는 한반도 문제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최근 대선 이후 내전 양상으로 번지는 코트디부아르 분쟁 문제가 논의의 중심이었다.

전날 회의에서 '북한'과 '연평도'가 빠진 "11월 23일 포격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의장성명 채택마저 거부했던 중국 측 대표가 점심 시간 무렵 안보리 앞 기자회견장에 잠시 나타났고, 수전 라이스 미국 대사가 정례회의 브리핑을 끝낸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양측은 장외에서도 전날 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서로의 입장을 완강히 견지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왕민 차석대사는 "중국은 최근의 사태 전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남북한 양측의 자제와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력히 촉구하며, 관련국들이 책임감 있는 태도로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할 것을 강력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남북한의 대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 왔으며 앞으로도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왕 차석대사는 중국이 전날 한반도 위기 상황과 관련된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던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했다면서, 회의가 결렬됐음에도 "긍정적이고 매우 중요한 회의였다"고 미국이나 러시아와는 상반된 평가를 했다.

전날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대사는 "실망스럽게도 회의에서 아무런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고 했고, 라이스 미 대사는 "서로 간 이견을 극복하기에는 차이가 너무 크다"며 당분간 한반도 위기 관련 논의에 대한 기대를 하지 말라고까지 말했었다.

왕 차석대사는 본국의 훈령이 도착했는지, 왜 북한 `규탄'(condemn) 성명을 거부했는지 등의 질문에 전혀 대답하지 않은 채 짤막한 성명을 먼저 중국말로, 이어 영어로 발표한 뒤 자리를 떴다.

반면 정례회의를 마친 뒤 코트디부아르 상황과 관련해 회견을 가진 라이스 대사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라이스 대사는 "유효성이 지나버린 사안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달 안보리 의장으로서 더는 이 사안을 논의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안보리 의장이 아닌 미국 대표로서는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공격이 규탄받아야 한다는 안보리의 강하고 단합된 성명이 나왔다면 건설적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전날 중국의 반대로 논의가 무산된 데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한 유엔 관계자는 "안보리 내에서 한반도 문제는 중국과 다른 나라 간 간극이 너무 크다"면서 "중국의 북한 편들기가 지속된다면 회의는 의미가 없다. 상황은 끝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한반도 긴장이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안보리가 심각한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반도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남북 특사 파견과 관련, 파르한 하크 사무총장 부대변인은 "반 총장은 올해 초에도 린 파스코 정무담당 사무차장을 북한에 특사로 파견한 적이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안보리의 통일된 입장을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날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반 총장의 특사를 남북 양측에 보내 한반도 긴장을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의장 성명 초안을 회람시켰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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