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확산저지선, 중동-阿-유럽서 균열징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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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통제 핵물질 암거래 정황 포착”… 英가디언, 위키리크스 인용 보도

국제사회의 핵 확산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핵물질이 비밀리에 유통되거나 방치되고 있는 정황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외교전문에서 확인됐다. 심지어 알카에다의 소굴 예멘에서도 핵물질 관리가 허술해 방사선 생성물질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9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예멘 정부 고위 당국자는 올 1월 자국 주재 미국대사관 관계자에게 국가원자력에너지위원회(NAEC)의 핵장비 감시카메라가 6개월 넘게 고장 나 있을 정도로 핵 시설 관리가 엉망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당국자는 “악당들과 예멘의 핵물질 사이에는 아무 장벽도 없다”고 말했다. 예멘의 알카에다는 10월 말 미국행 항공기 폭탄테러를 시도하는 등 최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의 핵연구센터에는 감시카메라는 물론이고 담장 조명도 없다. 이곳에선 오래전 연구용 원자로의 핵 연료봉 2개 중 하나가 분실됐다.

지난해 3월 이집트 주재 미국대사관이 작성한 전문에는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소련 붕괴 후 핵 암시장에서 핵물질과 핵과학자는 물론이고 핵무기까지 구입하라는 제안을 받고 이를 거절했다고 적시돼 있다. 그렇긴 해도 소련이 붕괴됐던 1990년대 초반 핵 암거래상이 어떤 나라와 접촉해 무엇을 거래했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라고 전문은 지적했다.

핵 암시장의 활발한 거래를 보여주는 증거도 많다. 2006년 9월 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 전문은 밀수된 핵물질이 이 나라 수도 다르에스살람을 거쳐 제3의 장소로 운반됐다고 소개하고 있다. 2008년 7월 포르투갈 주재 미국대사관 전문은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출신의 한 퇴역 장성이 우라늄 덩어리를 팔려고 했다는 제보를 담고 있다. 올해에는 고농축우라늄(HEU)을 숨기고 국경을 넘나들던 아르메니아 출신 밀수범 2명이 체포돼 13∼14년형을 선고받았다. 가디언은 유엔통계를 인용해 핵물질 도난 분실 사례가 15년간 약 500차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핵테러 예방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구소련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드러난 각종 정황은 이런 노력이 때늦은 것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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