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겨우 중위권?”… ‘PISA 쇼크’에 美교육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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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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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전을 때리는 요란한 자명종 소리 같았다.”

안 덩컨 미국 교육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6일 발표한 15세 학생의 읽기와 수학 과학 성적에서 미국 학생의 저조한 성적표를 보고 이같이 밝혔다. 덩컨 장관은 “미국이 중간에 드는 것을 지금까지 만족한 적이 있느냐”며 “우리 목표는 교육에서 세계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OECD가 발표한 ‘2009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를 놓고 미국에 비상이 걸렸다. OECD가 34개 회원국과 31개 경제협력 파트너 도시 등 65개 지역의 학생 47만 명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른 결과 미국이 중간 수준에 머무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읽기의 경우 미국 학생은 500점(1000점 만점)에 그쳐 17위로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수학은 487점으로 OECD 국가와 시험 대상 도시 중 31위였다. 이 같은 수학 성적은 평균 점수 496점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과학에서도 미국은 502점으로 23위를 차지해 평균 성적(501점)을 가까스로 턱걸이했을 뿐이다.

미국이 이처럼 형편없는 성적을 거둔 반면 도시 자격으로 참가한 상하이(上海)는 읽기와 수학 과학 3개 분야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해 미국을 놀라게 했다. 한국은 읽기가 2위, 수학 4위, 과학 6위라는 상위권을 차지해 미국 언론으로부터 핀란드 싱가포르와 함께 ‘교육 강국’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이 시험은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와 수학 과학 3과목을 3년마다 치르며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 시험 대상을 결정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1월 165개 공립 및 사립학교에서 5233명이 무작위로 추출돼 시험을 치렀다.

상하이의 경우 중국에서 교육열이 높고 부유층이 몰려 있어 중국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미국 언론들은 상하이의 성적 1위 부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뉴욕타임스는 7일자에서 “최고를 기록한 상하이의 성적이 교육자를 놀라게 했다”라는 제목으로 시험 결과를 1면에 이어 20면 머리기사로 상세하게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국가별 시험결과와 순위를 담은 표와 함께 미국 학생의 저조한 실적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이처럼 미국이 학생들의 시험 결과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은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 ‘어떤 학생도 뒤처져서는 안 된다(No child left behind)’는 구호 아래 교육에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방과후 수업 개설 등 실력이 뒤처지는 학생을 위한 집중적인 투자를 했는데도 성적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 수학과 과학을 중심으로 과감한 교육투자를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학경시대회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한 학생과 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상을 받은 학생과 담당 교사를 백악관으로 불러 이들을 격려하는 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다.

이번 시험을 감독한 앤드리아 시라이허 씨는 “비록 상하이가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좋은 성적을 나타낸 것은 유능한 교사에게 경력 개발을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등 파격적인 지원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전 퍼먼 컬럼비아대 교육대학장은 “아시아태평양국가 학생의 성적이 좋은 것은 교육열이 높고 과학과 수학 교육의 기대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며 “이들 국가에서 교사라는 직업은 신성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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