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패권 견제”… 美, 아시아 챙기기 나섰다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중국이 부상하면서 아시아에서는 ‘반(反)중국 연맹’이나 ‘중국 견제 공동전선’ 형성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이런 공동전선 구축에 힘을 실어주려는 듯 아시아 국가 챙기기에 나섰다.

○ 미 대통령-국무장관 亞 연쇄 순방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달 6일부터 14일까지 인도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을 방문한다. 이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7일부터 13일간 계속되는 아시아태평양 7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거의 겹치는 시기에 아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클린턴 장관이 잠시 중국 하이난(海南) 섬을 방문하는 것 말고는 두 사람의 순방 일정에서 중국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두 사람의 머릿속엔 아시아 국가들과 어떤 방식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것이냐는 고민이 자리 잡고 있다고 미국 및 서방 언론은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이 주요 국제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할 의사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 중국에 대응하는 동맹을 구축하는 강경한 접근법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일본, 인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와의 연대를 통해 대중 견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위안화 환율, 희토류, 남중국해 영토 갈등 같이 중국과 맞서는 사안마다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미국 내에서 중국에 고개를 숙이는 화해파가 세력을 잃고 중국의 정책에 실망한 세력이 앞으로 미중 관계를 좌우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 외교라인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아시아를 주도하는 국가로 인도를 지원하는 것도 이 지역에서 인도가 중국의 전략적 경쟁국인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미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첫 순방 국가로 인도를 선정하고 또 인도에서 58억 달러에 이르는 무기거래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중국을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것이다.

○ ‘공격적 대응-온건 대응’ 고민


중국 관영언론은 이 같은 미국과 아시아 국가의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중국은 주변국과의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6일부터 사흘 연속 1면 머리기사로 ‘반중국 동맹’ 관련 보도와 움직임을 소개했다. 이 신문은 클린턴 장관이 27일 아시아 순방을 떠나기 전 ‘(30일) 중국 하이난 섬에서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과 회담한다’고 발표한 것도 고조되는 ‘반중국 연맹론’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친중 성향인 홍콩 원후이(文匯)보는 26일 “일본과 인도가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맺은 것은 일본이 수출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희귀 광물을 인도에서 얻는다는 경제적 목적도 있지만 결국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분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런 ‘전략적 지형 변화’에 대응해 28∼30일 베트남 하노이 연쇄 회담에서 중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이 기간 하노이에서는 아세안과 한중일 정상회담, 아세안+6(한중일 및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의 회의가 열린다. 이 신문은 “하노이에 가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아세안의 전략적 균형이 점차 미국 쪽으로 기울어가는 상황에서 이를 공격적으로 돌파할 것인지, 온건하게 대응할 것인지 시험대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