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D-7… ‘돌풍의 핵’ 티파티 실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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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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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티 138人 ‘선거혁명 라인업’ 끝냈다

특정 정당을 명시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 당연히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 명부도 존재하지 않는다. 조직을 이끌어 가는 전국 단위의 정치인이나 중앙조직도 없다. 그렇다고 엄청난 정치자금을 모으지도 못했다. 앞으로 민주당, 공화당에 이은 미국의 제3정당이 될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2010년 미국의 정가는 1년 내내 이른바 ‘티파티(TEA Party)’란 태풍의 영향권 안에서 움직였다. 티파티 후보는 하원에서 129명, 상원 9명 등 모두 138명이 다음 달 2일 실시되는 중간선거의 본선에 진출했다. 공화당을 직접 지지하지는 않지만 모두 공화당 공천자다. 공화당 후보 3명 중 한 명은 티파티 후보인 셈이다.

티파티라는 이름은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에 대한 조세저항 운동의 진원이었던 보스턴 티파티에서 영감을 얻은 것. TEA는 ‘이미 충분히 세금을 냈다(Taxed Enough Already)’는 뜻도 담겨 있다. 지난해 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월가와 제너럴모터스(GM) 등에 대한 구제금융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세인의 주목을 받은 티파티는 지난달 마무리된 11월 중간선거를 위한 공화당 내 예비경선에서 워싱턴의 정치 판도를 송두리째 뒤흔들 만한 메가톤급 위력을 입증했다.

티파티 후보는 델라웨어 알래스카 콜로라도 켄터키 뉴욕 유타 주 등에서 치러진 상원의원 예비경선에서 공화당 지도부의 지지를 받았던 기성 정치인을 줄줄이 낙마시켰다. 지난해 11월에 치러진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와 올해 1월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것 역시 티파티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이채로운 점은 티파티 참여자의 상당수가 이전에는 정치운동에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점. 장기적인 경제불황에 불안감을 느낀 일반 시민이 세금을 늘려 큰 정부를 만들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반대해 삼삼오오 거리로 나간 것이 전국적인 정치운동이 됐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정당을 조직해 항구적으로 정치세력화할 움직임도 두드러지지 않은 편이다. 2월 초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는 첫 티파티 총회가 열려 정치조직화의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현지 시간) 수개월의 탐사보도를 거쳐 미국 정가의 선거혁명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는 티파티를 해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전국 647개의 티파티 조직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해 파티를 상징하는 5개의 키워드로 △애국심 △입헌주의(Constitutionalism) △자유(Freedom) △해방(Liberty) △풀뿌리 등을 꼽았다. 티파티가 중점을 두는 이슈는 정부의 재정적자(24%), 작은 정부(20%), 헌법 수호(11%), 경제 및 실업(5%), 세금(4%), 자유로운 시장 접근(2%) 순으로 꼽혔다.

현 정치지도자 중 누가 가장 티파티를 대표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34%가 “아무도 없다”고 답해 기성 정치권에 대한 큰 불신을 드러냈다. 다음으로는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14%, 폭스뉴스의 쇼호스트 글렌 벡 7%, 짐 드민트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공화) 6%, 론 폴 텍사스 주 연방하원의원(공화) 6% 등으로 나왔다.

티파티는 때로 인종 편견도 드러낸다. 티파티 집회에선 오바마 대통령의 피부색이 종종 거론되고 그가 무슬림이라는 주장도 거침없이 나온다. 최근 유에스에이투데이의 티파티 지지자 697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77%가 백인과 앵글로색슨족으로 나타났다. 83%는 “오바마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당선돼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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