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광원들 69일만에 구조]지하에서 어떻게 생활했나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2개팀 나눠 교대로 잠자… 독서-카드게임도

8월 5일 오후 8시 30분(현지 시간)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광원이 모두 희생됐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17일 만인 8월 22일 생존자를 확인하기 위해 뚫고 내려간 구조대의 드릴에 ‘지하 피신처에 33명이 살아 있다’는 쪽지가 매달려 올라오면서 감동의 드라마가 시작됐다.

그동안 고인 물과 48시간마다 한 번씩 스푼 2개 분량의 참치와 쿠키 반 조각, 우유 반 컵으로 버티던 이들을 구하기 위한 지상에서의 치열한 싸움도 시작됐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지하 700m에 이르는 땅속에 주먹만 한 구멍으로 통신장비를 넣는 것이었다. 플라스틱 튜브로 젤 형태의 영양제를 공급한 데 이어 차츰 물과 음식, 의약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구조에 대비한 건강관리도 시작됐다. 하루 2200Cal로 열량을 제한해 음식물을 먹었고 규칙적으로 운동도 했다. 구조 통로가 지름 66cm에 불과해 체중이 늘 경우 구조가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의료진은 구멍을 통해 생체측정 벨트를 내려보내 건강 상태를 모니터하고 호흡 체온 혈압 정보들을 입수했다. 또 500W 전선을 내려보내 전력을 공급했으며 귀환했을 때의 적응을 돕기 위해 지상의 밤 시간대에는 소등하도록 했다. 매몰 터널 인근에 간이화장실과 수도관이 설치됐으며 광섬유 전선을 내려받은 광원들은 지상의 가족들과 전화, 화상통화도 했다.

8월 30일 구조를 위한 첫 굴착작업이 시작됐지만 크리스마스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9월 5일과 19일에 제2, 제3의 굴착공이 뚫리면서 구조에 속도가 붙었다. 드디어 이달 초 보름 안에 구조가 이뤄질 수 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구조작업은 급물살을 탔다.

광원들의 오랜 사투에는 살아야 한다는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리더를 뽑고 의료 및 심리테스트 전담, 레크리에이션 전담 등으로 분업했다. 2개 팀으로 나눠 한 팀이 자는 동안 다른 팀은 생존에 필요한 노동을 하는 식으로 버텼다. 레저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칠레와 우크라이나의 친선 축구경기를 작은 프로젝터로 관람하기도 했고 카드게임이나 도미노, 주사위게임도 했다. 최근에는 일간지를 받아 보았으며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가 제공한 최신형 아이팟, 성경,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직접 보낸 묵주도 받았다. 고화질 캠코더로 자신들의 생활을 지상에 전하고 자신들이 즐겨 들었던 농담을 모아 8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만들어 지상에 올려보내기도 했다. 흡연자를 위해선 니코틴 패치와 니코틴 껌만 제공됐고 주류 반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