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자 클린턴 설계자 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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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 ‘메이저 연설’ 등 美외교 역할 커져… 중동평화협상도 지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8일 또 한 차례 ‘메이저 스피치(주요 연설)’를 했다. 메이저 스피치는 미국 외교정책의 근간을 밝히거나 괄목할 만한 정책전환을 제시할 때 붙이는 수식어구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다. 앞선 두 차례의 메이저 스피치에서 클린턴 장관은 새로운 미국의 리더십을 주창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한 ‘핵 없는 세상’ 비전의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제시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새로운 미국의 순간 움켜잡기(Seizing the New American Moment)’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외교안보 정책이 미국의 안보와 국익을 증진시키고 세계와 화합하는 지도력을 확립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외교안보정책 전도사에서 설계자로

뉴욕타임스는 이날 연설을 계기로 “클린턴 장관이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옹호하고 집행하는 역할에서 새로운 외교안보 정책의 ‘아키텍트(설계자)’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바로 중동평화협상의 주도권을 클린턴 장관이 움켜쥔 것을 염두에 둔 것.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 경제 문제에 더욱 집중하고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매진하면서 외교안보 영역은 자연스럽게 클린턴 장관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클린턴 장관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강한 신뢰도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중동평화협상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임명한 ‘차르’인 조지 미첼 중동평화협상 특사가 전담해 왔다. 하지만 미첼 특사의 추진력은 한계를 드러냈고 오바마 정부 들어 중동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지난주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중동 및 이스라엘 4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마주 앉은 것은 클린턴 국무장관의 적극적인 독려가 낳은 개가라는 게 미국 언론의 대체적인 평가다. 클린턴 장관은 14일 이집트에서 열리는 2차 협상에 미국 대표로 참석한다.

뉴욕타임스는 “과거 역대 대통령이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던 중동평화협상이라는 격랑에 클린턴 장관이 마침내 몸을 던진 것”이라고 썼다.

○ “미국의 지도력은 높아졌고 세상은 안전해졌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1년 9개월간 추진해 온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성과를 부각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클린턴 장관은 “핵무기 제거 노력에도 미국은 본토 방위는 물론이고 동맹국에 대한 안보공약 이행을 더욱 강화했다”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지도력은 더 강화됐고 미국의 안보는 더 튼튼해졌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일부 비판론자는 클린턴 장관이 너무 자화자찬을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는 현재진행형이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중동평화협상은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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