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 재선땐 日파벌정치 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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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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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계파’ 결속력 유지 어려워져… 정치 전환기 올수도

일본 정치의 대표적 행태인 파벌정치 문화가 다음 달 14일 치르는 민주당 대표선거 결과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변수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 측의 건곤일척 승부다.

일본은 1955년 자민당 일당우위 체제가 들어선 이후 반세기 이상 정당보다 파벌이 의사결정과 정치인 충원 및 양성, 정치자금 통로 등 주요 정치적 역할을 맡아왔다. 지난해 9월 출범한 민주당 정권도 자민당 파벌보다는 결속력이 약하지만 당내 주요 그룹으로 나뉘어 경쟁하는 구도라는 점에서 크게 보면 파벌정치의 테두리 안에 있다.

민주당 계파의 핵심은 오자와 전 간사장이다. 당내 최대 계파이자 결속력도 가장 강한 오자와 그룹은 당 소속 국회의원의 3분의 1이 넘는 150여 명에 이른다. 오자와 그룹은 6월 당 대표선거에서는 똘똘 뭉치지 못해 간 총리에게 졌고, 이번에는 설욕을 다짐하고 있지만 또 지면 그룹의 결속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게 뻔하다. 150명이나 되는 거대 그룹이 비주류로 오랫동안 대오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간 총리는 최근 “정당은 공공재”라며 “당의 공식 자금으로 사적인 파벌을 만드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당의 자금줄을 틀어쥐었던 오자와 전 간사장이 국가예산에서 지급되는 거액의 정당보조금을 이용해 파벌을 키운 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오자와 전 간사장이 2003년 민주당에 합류할 땐 30명에 불과하던 계파의원이 7년 만에 150명으로 늘었다. 간 총리는 재선에 성공하면 우선 오자와 그룹으로 흘러드는 자금줄을 죌 것으로 보인다. 당과 내각 인사에선 이미 오자와 그룹이 소외되고 있다. 그룹을 유지하는 동력인 자금과 인사에서 오랫동안 배제되면 오자와 그룹이 지금처럼 건재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 간 총리의 ‘공공재’ 개념은 다른 그룹에도 적용될 수밖에 없어 민주당 계파정치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의 정치환경은 파벌정치가 예전처럼 온존하기 힘든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엔 한 의원이 여러 그룹에 양다리를 걸치기도 하고, 2위 세력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그룹은 수장인 하토야마 전 총리가 간 총리 지지의사를 표명했는데도 일부는 오자와 전 간사장 쪽으로 기울었다. 20∼30명이 속한 몇몇 소그룹은 계파로서의 영향력이나 결속력이 사실상 없다. 원래 파벌정치의 본산이던 자민당은 야당으로 전락한 후 파벌의 구심력이 현저히 약해졌다. 여론 또한 파벌정치를 혐오한다.

물론 오자와 그룹이 똘똘 뭉치고 다른 그룹과 연대해 간 총리를 꺾으면 파벌정치가 온존할 수도 있다. 불법 정치자금 문제를 안고 있는 오자와 전 간사장의 출마 여부가 변수이긴 하지만 현재로선 간 총리 쪽에 승산이 있어 보인다. 이번 대표선거가 작게는 민주당 계파정치, 크게는 일본 파벌정치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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