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민주화 새 역사 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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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분산-식민유산 청산’ 개헌안 국민투표 69% 지지로 통과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케냐가 움직이고 있다. 1963년 영국의 식민지 통치에서 벗어난 뒤 처음으로 대통령의 권력 분산을 기초로 한 헌법개정안이 만들어졌다.

케냐 선거관리위원회는 4일(현지 시간) 국민투표에 부친 개헌안이 69%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고 5일 밝혔다. 투표율은 72%에 이르렀다.

개헌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찬성 캠페인’에 전력했던 므와이 키바키 대통령은 나이로비 시내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지난 20여 년간 걸어온 역사적 여정이 이제 해피엔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키바키 대통령의 정적이지만 역시 ‘찬성 캠페인’을 주도했던 라일라 오딩가 총리도 함께했다. 키라이투 무룽기 에너지 장관은 “케냐는 진정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개헌안의 골자는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 등에 분산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장관과 검사장, 대사들을 임명하려면 의회의 인준을 얻어야 한다. 또 2007년 대선 후 발생한 폭력을 종식하기 위해 타협안으로 만든 총리직이 없어진다.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한 번의 연임만 가능하게 제한된다. 상원과 최고법원이 새로 창설되며 국가가 불법 소유한 땅을 반환하기 위한 위원회도 설치된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5일 “개헌안은 식민지 시대의 유산을 대체하는 것으로서 국민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고 토지개혁을 단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 BBC는 “개헌안의 통과는 개헌안이 담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대선 후 분쟁을 중재했던 가나 출신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두 지도자의 합의로 이뤄진 새 헌법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케냐인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케냐의 민주주의가 전진하는 상징적인 발걸음”이라며 “미국은 케냐 국민이 더 나은 미래에 도달하고 개헌안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케냐는 2007년 말 대선에서 키쿠유족 출신인 키바키 대통령이 루오족 출신인 야당의 오딩가 후보를 20만 표의 근소한 차로 누르고 재선됐다고 발표하자 루오족이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해 소요 사태가 벌어졌고 1500여 명이 사망했다. 그 후 키바키 대통령은 오딩가에게 총리직을 주었고 두 사람은 개헌안을 만들어 투표에 부치기로 합의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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