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내용 영화엔 할리우드 투자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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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 등 수출위주로 전략 수정

2004년 코미디영화 ‘앵커맨’으로 미국에서 흥행몰이를 했던 애덤 매케이 감독은 최근 속편을 준비하다 제작사 파라마운트의 반대에 놀랐다. 2000만 달러(약 234억 원)를 들여 9000만 달러(약 1052억 원)를 벌어들인 앵커맨의 속편 제작은 당연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 그러나 제작사는 이 영화의 해외 수익이 500만 달러(약 58억 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걸고 넘어졌다. 국내용 영화로 해외에서 판매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인 할리우드의 메이저스튜디오(대형 제작사)들이 글로벌화해야 한다는 압박 탓에 대대적인 전략 수정에 나섰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현재 320억 달러(약 37조4200억 원) 규모의 세계 영화시장에서 미국 외 매출은 전체의 68%를 차지한다. 10년 전보다 58% 늘어난 수치다. 이 때문에 할리우드 대형 제작사들은 해외시장을 겨냥한 제작·마케팅 계획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한국에서 개봉한 ‘지.아이.조’가 전형적인 미국식 전투 액션영화인데도 주요 배역에 한류스타 이병헌 등 비(非)미국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 덕분에 제작사는 전 세계 흥행수익 3억200만 달러(약 3530억 원) 중 1억5200만 달러(약 1778억 원)를 해외에서 벌었다. 한국 흥행수익만 1600만 달러(약 187억 원)였다.

아예 아시아 시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2008년 20세기폭스는 대작 ‘점퍼’가 한국에서 ‘추격자’에 덜미를 잡혔을 때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20세기폭스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한국과 중국 영화의 투자·배급에 나섰다.

아시아부터 동유럽에 이르기까지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대규모 멀티플렉스 붐도 할리우드엔 강력한 유혹. 특히 중국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상영관 3만5000개를 더 지을 계획이다. 현재 상영관 수는 5000개다.

마크 조라디 전 월트디즈니 회장은 “이제 국내(미국)용 영화에 돈을 지불할 제작자는 없다”고 단언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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