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하토야마-오자와 동반 퇴진]‘후텐마-정치자금’ 태생적 한계에 좌초… 여론도 리더십도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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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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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개월 만에 막내린 민주당 ‘투톱 체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의 ‘투톱 체제’가 출범 8개월여 만에 막을 내리면서 일본 정국은 격변기를 맞았다. 민주당 각 계파는 차기 총리를 향해, 여야 정치권은 7월 참의원 선거 승리를 향해 정면 대결을 벌이게 됐다. 하토야마 내각은 ‘관료 지배 종식’ ‘예산 절감’ ‘대등한 미일 관계’ ‘아시아 중시 외교’를 주창했지만 리더십 부족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후텐마 이전 오락가락, 결국 美에 백기… 사민당 이탈
지지율 10%대 급락에 두손

내달 참의원선거가 고비… 새총리 내세워 승리땐 안정


○ 집권 8개월은 열광에서 절망으로


민주당 정권은 지난해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를 실현할 때만 해도 새 정치에 대한 열광적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이후 한 번도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발목을 잡은 것은 후텐마(普天間)와 정치자금 문제다. 이는 정권 출범 전부터 불거진 문제라는 점에서 하토야마 내각의 태생적 한계일 수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후텐마를 오키나와(沖繩)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한마디가 두고두고 그를 괴롭혔다. 그는 후텐마를 오키나와 나고(名護) 시로 옮기기로 한 자민당 정권과 미국 정부의 합의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역부족이었다. 오키나와와 미국 틈새에서 하토야마 총리는 수없이 오락가락했고 리더십과 신뢰성은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결국 스스로 설정한 5월 말 시한에 쫓겨 미국의 요구에 백기를 드는 식으로 미일 합의를 서둘렀다. 이후 사민당이 연립정권에서 떨어져 나갔고, 퇴진하라는 여론은 50%를 넘었다. 후텐마 때문에 미국도 여론도 리더십도 잃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사의를 밝힌 2일 의원총회에서도 “미국과의 신뢰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심정을 이해해 달라. 여러분의 시대에는 일본의 평화를 일본인 스스로 지키는 환경을 만들길 바란다”며 후텐마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권 쌍두마차의 불법 정치자금 문제도 ‘깨끗한 정치’를 표방한 정권에 치명적이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모친에게서 받은 10억 엔을, 오자와 간사장은 도쿄시내 토지 구입 관련 4억 엔을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 지지율 10%대까지 추락

매달 실시하는 언론사 여론조사는 하토야마 총리에게 악몽이었다. 지난해 9월 출범 당시 70%대였던 내각 지지율은 3개월 만에 50% 아래로 떨어지더니 4월엔 25%까지 추락했다. 후텐마 문제로 사민당이 연립정권에서 이탈한 5월 말엔 10%대까지 떨어졌다. 민주당에선 “하토야마 체제로는 참의원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지난달 말 제주도 한중일 정상회의는 그의 마지막 정상외교였다. 하토야마 총리는 2일 의원총회에서 당시를 회고하며 “제주도 호텔 테라스에 직박구리 한 마리가 날아온 것을 보고 집에 있는 직박구리를 떠올렸다. 새조차 나에게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하는 것처럼 느꼈다”며 이즈음 사퇴를 고려했음을 시사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또 “총리직을 그만둔 사람이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면서 차기 중의원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 참의원 승패가 정국 안정 고비

새 총리가 곧 선출되는 만큼 정권 공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자와 간사장의 위상은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중·참의원 150여 명의 계파의원을 거느린 그에게 필적할 인물은 없다. 새 정권 판짜기에 오자와 간사장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가 선거 전략과 자금 등을 도맡아와 참의원 선거전도 사령탑을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지율 급락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만큼 몸을 낮출 가능성이 많다. 오자와 간사장처럼 막후 권력을 즐기는 성향도 아니다. 이는 대주주(오자와)와 월급사장(하토야마)의 관계에 비유할 수도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여론은 반짝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새 총리는 여론에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을 전면에 배치한 뒤 여세를 몰아 선거전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정국 격랑에도 7·11선거 일정을 미루지 않은 것은 이를 노린 것이다. 자민당이 자력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상황도 민주당으로선 기댈 언덕이다.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정국이 곧바로 안정되겠지만 야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여대야소 중의원’과 ‘여소야대 참의원’이라는 불안정 정국이 초래된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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