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태국’ 근원적 문제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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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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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셔츠 vs 옐로셔츠 ‘계급전쟁’■ 泰 시위사태 Q&A

10일 유혈사태로 치달았던 태국 정부와 시위대 간 충돌이 ‘송끄란(태국 신년축제·13∼15일)’을 맞아 일시적 소강 국면에 들어갔다. 그러나 태국 선거관리위원회가 예상보다 앞선 13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집권 민주당 해체 결정을 내린 데다, 중립을 표방했던 군부가 조기총선을 지지하고 있어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수세에 몰린 상태다. AP통신이 끝내 유혈사태로 번지며 태국의 정치적 근간을 흔들고 있는 이번 파국의 전모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반정부 시위대가 요구하는 것은 정확하게 무엇인가.

A: ‘레드셔츠’라 불리는 이 시위대는 아피싯 총리에게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2007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최다 득표정당이 아니었던 점을 들어 아피싯 총리의 집권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2008년 당시 아피싯 민주당 총재가 총리로 선출된 건 그를 지지한 군부가 다른 정당이 연정을 허용하는 개헌에 동참하도록 압력을 행사했기에 가능했다.

Q: 정부는 레드셔츠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했나.

A: 아피싯 총리는 줄곧 자신이 합법적 의회 절차를 거쳐 집권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다 지난달 협상테이블에서 올해 말까지 의회를 해산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시간벌기’용이란 지적이 많았다. 연말까지 버티면 아피싯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과 차기 군부 인사를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 특히 태국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인 참모총장 자리에 친(親)민주당 인사를 앉힐 기회를 갖는다.

2006년 反탁신 시위-쿠데타
양측 극한 대립 시발점

‘총리사임-조기총선’이 해법
안될땐 또 쿠데타 가능성

Q: 혼란의 양축은 어떤 세력들인가.

A: 반정부 시위대는 공식명칭이 ‘독재저항민주주의연합전선(UDD)’으로 크게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자들과 그를 내쫓은 2006년 쿠데타에 저항하는 민주화 시민운동단체들로 이뤄졌다. 현 정부세력은 반(反)탁신 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일명 옐로셔츠)’가 중심이다. 옐로셔츠는 탁신 전 총리가 부정부패를 일삼았고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에게 불경스러웠다는 이유로 사임을 요구했다. 태국에서 왕족 모욕은 최고 징역 15년형에 처해진다.

Q: 두 세력이 반목하는 근원적 문제는 무엇인가.

A: 2006년 반탁신 시위와 쿠데타가 태국을 극단적으로 갈라놓는 시발점이 됐다. 당시 탁신 전 총리는 농민과 빈민이 짊어진 부채를 탕감하는 복지정책을 펼쳐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실제로 친탁신 정당은 쿠데타 이전 2번의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획득했다. 이 때문에 서민들에게 탁신 축출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횡포로 느껴졌다. 종종 태국에서 레드셔츠와 옐로셔츠의 대립은 빈민층 대 부유층, 농촌 대 도시의 갈등으로 묘사된다. 다시 말해 태국 사태의 본질은 ‘계급 전쟁(class war)’이다.

Q: 난국을 타개할 방법은 없을까.

A: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아누뽕 빠오친다 육군참모총장은 “더는 시위 현장에 군인을 투입하고 싶지 않다”며 현 정부를 압박했다. 연정 파트너 정당들이 지지를 철회하거나 조기총선을 요구해도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선관위가 결정한 민주당 해체가 헌법재판소에서 승인될 경우 아피싯 총리는 즉시 사임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올해 말보단 빠른 시기에 조기총선을 하겠다”며 시위대를 회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레드셔츠의 교착상태가 길어지면 아누뽕 참모총장의 중립의지와 달리 또 다른 쿠데타가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태국은 1932년 입헌군주제가 확립된 이래 쿠데타가 19차례 일어났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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