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통치 부활? 종족갈등 해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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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아-수니파 연합’ 알라위 前총리 이라크 총선 2석차 승리
알말리키 총리 재검표 요구
정국안정 쉽지 않을 듯
강경파 알사드르 약진도 부담

초접전을 벌인 이라크 총선에서 이야드 알라위 전 총리가 이끄는 시아-수니파 정당 연맹체 ‘이라키야’가 총 325석 중 91석을 차지해 최종 승리했다. 경쟁 상대였던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친미 성향 시아파 중심의 ‘법치국가연합’은 89석으로 2석 차로 패배했다.

이라크 헌법에 따라 총리 지명권과 내각 구성권을 갖게 된 알라위 전 총리는 즉각 이라크국민연맹(70석), 쿠르드정파(43석) 등과 연정 구성 협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알말리키 총리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어 정국 안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30일 안에 총리 후보자와 40명의 내각 인선 명단이 국회 과반수 의결로 인준을 받지 못하면 내각 구성권은 다른 정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 알라위 전 총리는 27일 “새 정부를 출범시키기 위해 모든 정파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 3수 끝에 승리 이뤄낸 알라위

알라위 전 총리는 오랜 기간 망명생활을 하며 사담 후세인 정권에 저항한 경력으로 유명하다. 바트당 출신의 강경파 후세인이 득세하자 1971년 이라크를 떠나 레바논과 영국 등지를 떠돌다 후세인 정권의 암살 기도로 중상을 입기도 했다. 1991년 영국 런던에서 이라크군 간부와 바트당 간부 출신을 규합해 이라크민족화합(INA)을 창설한 뒤 후세인 정권 축출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자 귀국한 그는 같은 해 10월 과도통치위(IGC) 의장을 맡아 이라크 정규군과 경찰 및 정보기관 창설 업무를 주도했다. 2004년 5월부터 11개월간 첫 과도내각 총리를 맡아 권력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총선에 출마했지만 승리와는 연이 닿지 않았다. 2005년 1월 제헌의회 총선에서 INA를 이끌었으나 13% 득표율로 3위에 그쳤고, 같은 해 12월 총선에서도 그가 주도한 이라크국민리스트(INL)는 275석 가운데 22석을 얻으며 참담한 패배를 맛봤다.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을 들으며 연거푸 선거에서 실패한 알라위 전 총리는 세 번째 시도인 이번 총선에서 타리크 알하시미 부통령, 살리흐 알무틀라크 의원 등 수니파 주요 정치인과 손을 잡고 이라키야를 결성해 드디어 승리를 거뒀다.

○ 종파 간 갈등 해소 계기 마련

이라키야의 돌풍은 2006∼2007년 내전 상황까지 치달았던 시아-수니 종파 간 갈등 해소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게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종파 간 갈등 해소라는 이라크 국민의 염원이 반영된 셈이다.

하지만 시아파 쪽에서는 후세인 통치 시절처럼 수니파가 다시 득세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반면 수니파 쪽에서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정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차별을 받아온 수니파의 응징 투표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다. 알라위 전 총리는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키야의 총선 승리 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최우선 과제는 특정 종파를 위한 비밀 조직과 군 조직을 숙청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미군 철군 일정 차질 없을까

이번 총선에서 반미 강경파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사드르정파가 40명을 당선시키며 약진한 사실은 미국의 근심을 낳고 있다.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는 상황에서 사드르정파는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영향력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선거 기간 중 엄격한 중립을 지키겠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 그러나 총선 후 정국 혼란이 길어질 경우에는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미군은 올해 8월까지 전투 병력을 철수시켜 병력 규모를 현재 9만6000명에서 5만 명으로 감축한 뒤 내년 말까지는 전 병력을 철수시킬 예정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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