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官주도 회사세워 원전수출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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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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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각개격파식 경쟁 탈피
민간 기술+정부지원 날개


원자력발전(원전) 강국으로 불리는 일본이 최근 국제 원전 플랜트 입찰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시자 단단히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최근 두바이와 베트남 수주전의 패인 분석을 마친 일본은 앞으로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민관 합동전략을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최근 원전을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으로 선정했다.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을 정부가 무역보험 등의 형태로 직접 나서 보증해주고, 연금기금이나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인프라펀드를 구성해 장기저리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술력을 갖춘 일본 원전업계가 정부지원이라는 날개까지 달고 있다.

○ 실패로부터 배우자

일본에는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중공업 등 세계적인 원전플랜트 메이커와 기자재 업체가 적지 않다. 원전 역사가 40년이 넘는 데다 가동하는 원전도 50여 기에 이른다. 이처럼 좋은 인프라와 기술력을 갖추고도 최근 국제 입찰에서 잇따라 패한 이유는 뭘까.

일본 원전 업계에서는 ‘리더십의 문제’로 보고 있다. 원전은 발전소만 지으면 되는 게 아니라 원전의 가동과 연료공급, 사용후 연료의 재처리 등 복합적 기능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오케스트라에 비유된다. 일본에서는 이 기능을 하나의 세트로 제공하는 막후 지휘자가 없었다는 것이다. 일본 원전메이커 3사는 제각각 다른 원자로 모델로 각개 격파를 해왔다. 특히 원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신규 도입국에서는 메이커뿐만 아니라 운전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원전업자(전력회사)의 수주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일본의 전력회사들은 국내 사업에만 안주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와 전력회사는 올해 안에 민관 연계를 강하게 추진할 별도의 조직을 설립하기로 했다. 원전의 사업타당성 조사와 건설용지의 지반조사 환경영향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관 주도의 회사를 세우고 여기에 원전 메이커와 발전사들이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 또 전력사에는 국내사업과 해외사업 부문을 따로 분리해 해외사업에 적극 나서도록 숨통을 틔워줄 계획이다.

○ 일본 원전 날개 달까

지금까지 약점으로 여겨져 온 일본 원전 메이커의 독자적인 원자로 연구개발이 이제는 장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커졌다. 새로 원전을 도입하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송전용량이 작아 기가와트급 대형 원전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쓰비시의 ATMEA-1 원자로와 도시바의 4S 원자로는 각각 출력이 100만 kW급과 1만∼5만 kW급이어서 중소형 원전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도시바는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인 빌 게이츠가 소유한 미국의 원전 벤처기업 테라파워와 손을 잡고 연료교체 없이 100년까지 운전할 수 있는 소형 원자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도 소형원전 도입 붐이 일고 있어 중소형 원전 시장이 확대되는 것도 일본으로서는 기회다. 앞선 기술력에 정부 지원까지 가세한다면 일본 원전업계의 기세는 이전보다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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