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대부분 사막… 국민 90% 이슬람교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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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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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리는 어떤 나라

“이니체, 이니체.” 말리 사람들은 인사가 길다. 으레 하는 인사도 대충 넘어가지 않는다. ‘이니체’는 밤바라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다. 가족들의 안부를 하나하나 묻는 말에서 시작한 인사는 온갖 축복을 빌어주면서 겨우 끝이 난다. 9일 찾은 말리 남부 시카소 지역의 구엘레 마을 사람들도 인사가 길었다. 마을 밖까지 마중을 나온 1000여 명은 북을 치고 춤을 췄다. 한국에서 온 피부가 흰 사람이 신기한 말리 시골 주민들은 생머리를 잡아당기고 피부를 비벼댔다. 악수를 청하자 듬성듬성한 이를 훤히 내보이며 웃는다.

말리는 먼 곳이다. 서울에서 말리 수도 바마코까지 가는 데 태국 방콕과 케냐 나이로비를 거쳐 비행시간만 22시간이 걸렸다. 한국의 12배 정도 크기,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서부에 자리 잡은 말리의 대부분은 사막이다. 고유어인 밤바라어가 있지만 1899년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영향으로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주민 90% 이상이 이슬람교도인 이곳에서도 여성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일부다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말리에서는 여성이 집안일을 비롯해 대부분의 일을 한다. 한 가정에 8명씩 되는 아이를 낳고 수십 명의 대가족을 먹이고 입히는 게 여자들의 일이다. “일부다처제가 싫지 않으냐”는 물음에 말리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할 일이 너무 많아 함께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자기 나이를 몰라 남편에게 물어보는 말리 여인들에게 학교와 자유는 먼 이야기다.

말리 사람들은 조, 기장 농사를 지어 밥을 해 먹는다. 거칠고 영양이 부족해 먹어도 기운이 나지 않는다. 목화 농사를 짓지만 수확한 목화를 다 팔아도 밥값이 빠듯하다. 말리 시카소 지역 시모나 마을 이장네도 하루 두 끼를 겨우 먹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마을 가까운 병원에 다녀오는 데 필요한 차비 2000원은 당장 오늘 저녁 밥값이 달린 큰돈이다. 차비가 아까워 말라리아에 걸려도 참고 마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교육 여건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두나 마을 초등학교는 1학년 학생이 99명이지만 6학년 학생은 여학생 6명 등 16명에 불과하다. 13, 14세면 결혼하기 때문에 중간에 학교를 그만둔다. 중고등학교는 큰 도시까지 가야 다닐 수 있어 대부분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만 학업을 유지한다.

시카소(말리)=글·사진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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