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다이제스트 파격변신…유머 대신 세련-첨단 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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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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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 빼고 시사에 집중
시장호평에 경영안정 찾아

휴대전화로도 서비스되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잡지. 경영위기를 겪었던 이 잡지는 최근 파격적인 변화를 통해 회생하고 있다.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휴대전화로도 서비스되는 리더스 다이제스트 잡지. 경영위기를 겪었던 이 잡지는 최근 파격적인 변화를 통해 회생하고 있다. 사진 제공 뉴욕타임스
주로 소박하고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를 전해왔던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파격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할아버지의 시계는 할머니 외엔 누구도 챙기지 않는다’처럼 일상의 일들을 소소한 유머를 섞어 삽화처럼 소개했던 이 잡지에는 최근 ‘가처분소득: 옷장에 잠자고 있는 보물을 바로 현금화하는 방법’, ‘바쁜 사람들의 식사 계획’ 등의 기사들이 실리기 시작했다. ‘올레시피스닷컴(AllRecipes.com)’과 같은 웹사이트 운영도 시작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파산보호 신청을 했던 이 잡지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최고경영자(CEO) 메리 버너 씨(여). 2년 전 취임한 그는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이제 대기실에서나 읽는 ‘시간 때우기’용 잡지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잡지를 아우르며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갖춘 멀티플랫폼 커뮤니티로 변신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그는 우선 뉴욕 맨해튼에서 40마일(약 64.38km)가량 떨어진 작은 시골마을의 고풍스러운 회사 본사 건물을 매각했다. 복도에 걸려 있던 피카소, 모네, 드가, 마티스, 르누아르 등의 진품 예술품 등도 팔아 치웠다. 회사는 곧 맨해튼으로 옮긴다. ‘익숙한 과거’와의 결별 선언이었다.

수십 년간 쌓여온 직원들의 과거에 대한 집착을 깨는 것은 쉽지 않았다. 버너 CEO는 고위직 200명 가운데 4분의 1을 해고하고 도회적 이미지의 여성 고위임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은 명품 브랜드를 즐기며 자유분방하게 회사 개혁을 주도했다. 오랫동안 광고 없이 발행되던 뒤표지에 광고도 넣었다. 별다른 성과가 없어도 으레 나오던 보너스도 없애 버렸다. 시장의 반응은 곧바로 나타났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지난해 창간 이후 처음으로 잡지계 최고 권위인 전미잡지상을 받았고 금융권에서도 다시 어음을 발행해 주는 등 경영도 안정을 되찾았다.

1922년 듀잇 월리스가 창간한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만 17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미국 최대 잡지로 성장했으나 이후 구독자가 800만 명까지 줄어들고 22억 달러의 빚에 몰려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사미르 후스니 미시시피대 저널리즘학과 교수는 이 잡지의 회생을 두고 “최고의 출판인쇄물 회사가 웹 기반의 시대에도 수익을 얻고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투쟁”이라며 “그 효과가 성공적인지를 말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출혈은 멈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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