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vs 개도국… 하루만에 ‘적전분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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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

투발루 “앞서가는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 주장
中-印-사우디 등 15國 “기존 교토의정서로도 충분” 일축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유엔기후회의)에서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 이산화탄소 감축 부담을 더 안기는 ‘코펜하겐 합의서’ 초안이 공개되자 한목소리로 반발했던 개도국들이 하루 만에 균열을 드러냈다. 발단은 국가 전체가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한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였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개도국 모임인 G77에 속한 투발루(인구 1만2500여 명)는 9일(현지 시간) 교토의정서보다 더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협정 제정을 요구하면서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같은 ‘앞서가는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 37개국에만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 피지 같은 ‘작은 섬나라 연합(AOSIS)’ 소속 10여 개국과 세네갈,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의 일부 빈국이 이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 주장이 관철되면 자국 경제 발전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한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15개국은 “기존 교토의정서로도 충분하다”며 투발루의 주장을 일축했다. 투발루 대표는 이에 항의하는 표시로 회의장을 떠났다.

외신은 “이번 일로 기후변화회의에서 선진국을 상대로 단결력을 과시하던 G77이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며 “특히 개도국이 기후변화 및 온실가스 감축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금을 제공하라며 선진국을 압박하는 중국의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개도국 진영의 분열을 더 부추기듯 이날 미국 대표단은 “중국은 미국에서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어떠한 재정지원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토드 스턴 미 기후변화 특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은 자체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부자”라며 “미국의 공적 기금은 중국 대신 이 돈이 더 필요한 개도국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스턴 특사의 이날 성명은 온실가스 감축 약속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며 중국과 인도를 압박하는 거대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비용 보전 및 기후변화 대처에 필요한 기금을 선진국이 개도국에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개도국 그룹의 사실상 리더 역할을 해왔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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