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 유럽銀 → 신흥국 ‘충격 도미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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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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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증시 휘청… 한국 경기회복 발목 잡나

유럽, UAE 채무 72% 차지
돈 회수땐 신용경색 재연
신흥시장 위험성 재부각
“리먼때처럼 안될것”반론도

《두바이월드의 채무상환 유예 선언이 27일 세계 증시를 강타하면서 두바이발(發)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이 휘청거린 가운데 국내 금융시장도 코스피가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급락)하는 등 지난해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의 ‘패닉’ 장세가 재연됐다. 이처럼 두바이발 쇼크에 세계 금융시장이 도미노처럼 연쇄 반응을 하면서 가까스로 경기 회복세에 접어든 한국 경제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교훈에서 보듯 국지적 불안요소가 각국에 파급되는 경로가 그물망처럼 퍼져 있다”며 이번 사태로 경제안정 기조가 교란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 두바이발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

26일 유럽 증시 폭락에 이어 27일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급락하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두바이 쇼크의 이면에 유럽발 금융위기의 공포가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와 아부다비 등 7개 국가로 구성된 아랍에미리트의 올해 6월 말 기준 해외 채무는 1230억 달러로 이 중 72%인 886억 달러가 유럽계 은행에서 빌린 것이다. 대출 부실이 장기화돼 자금줄이 막힌 유럽 은행들이 미국이나 아시아 등에 빌려준 돈을 한꺼번에 회수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은 일순간 신용경색에 빠져 얼어붙을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국제 공조를 통한 대규모 재정지출로 글로벌 경제위기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세계 경제가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두바이 쇼크의 파장이 리먼브러더스 사태 수준으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두바이월드의 채무가 590억 달러로 리먼브러더스(6130억 달러)의 10분의 1도 안 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이 정도 금액이라면 두바이와 함께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6270억 달러) 보유국인 아부다비가 두바이월드의 채무를 해결해줄 수 있다”며 “제2의 금융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각국 정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당분간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큰 문제로 비화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바이월드 사태는 이제 시작일 뿐 다른 곳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사막 위에 기적을 만든다’는 두바이의 경제발전 모델을 따라 카타르와 바레인 등 상당수 중동 국가들이 초고층, 초호화 빌딩을 지으며 건설 붐을 일으킨 탓에 ‘제2의 두바이월드’가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국내 경기 회복세에도 찬물”

두바이 쇼크가 한국 경제에 악재(惡材)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기 회복의 흐름을 바꿀 만큼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미 올해 초부터 두바이 사태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데다 정부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위기 대응 능력을 키웠다는 점이 이런 전망의 근거다.

하지만 두바이 사태가 유럽발 금융위기를 촉발해 세계 경제를 더블딥으로 몰고 갈 경우 무역의존도가 높아 대외 충격에 취약한 한국 경제는 또 한 번 혹독한 시련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이를 계기로 유럽의 금융부실이 심화하면 국내에서도 외환시장 불안, 수출 감소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가 최근 1년간 세계 투자자금이 몰려들던 신흥시장에 대한 위험성을 부각시켰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템플턴자산운용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27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신흥국 증시의 조정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의 챔피언’ 격으로 주요 20개국(G20)의 일원이 된 한국도 글로벌 증시 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유럽계 자금을 주축으로 현물과 선물(先物)을 합쳐 모두 1조6000억 원어치를 내다 팔면서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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