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럽’ 가는길 최대 걸림돌 사라져

  • 입력 2009년 10월 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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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환호3일 리스본조약의 아일랜드 국민투표 가결이 확정되자 아일랜드의 딕 로체 EU 장관(앞줄 왼쪽)이 “우리는 함께 할 때가 더 좋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손에 들고 찬성론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더블린=신화 연합뉴스
승리의 환호
3일 리스본조약의 아일랜드 국민투표 가결이 확정되자 아일랜드의 딕 로체 EU 장관(앞줄 왼쪽)이 “우리는 함께 할 때가 더 좋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손에 들고 찬성론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더블린=신화 연합뉴스
‘유럽연합 헌법’ 리스본조약, 아일랜드 2차 국민투표서 통과
경제난에 결국 EU 속으로
폴란드-체코 연내 비준땐
내년 1월부터 발효 예상

2일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의 미니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조약 비준동의안이 찬성 67.1%, 반대 32.9%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25개국이 비준을 마쳤으며 폴란드와 체코까지 연내 비준을 끝낼 경우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리스본조약이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약이 발효되려면 회원국 모두의 비준이 필요하다.

○ EU 통합 걸림돌 제거

브라이언 카우언 아일랜드 총리는 가결이 확정되자 “압도적인 승리”라며 “오늘은 아일랜드는 물론이고 유럽에 좋은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U 통합에 앞장서온 조제 마누엘 두랑 바호주 EU 집행위원장도 “아일랜드가 유럽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며 “모든 회원국(27개국)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조약을 승인한 만큼 폴란드와 체코에서도 필요한 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폴란드는 조만간 대통령이 서명할 방침이다. 그러나 체코는 최근 상원의원 17명이 위헌 심판을 제기해 사법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데다 바츨라프 클라우스 대통령이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유럽은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EU는 결코 ‘유럽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Europe)’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클라우스 대통령이 리스본조약의 마지막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세계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6월 1차 국민투표 때 찬성 46.6%, 반대 53.4%로 부결됐으나 1차 투표 때 반대했던 유권자들이 대거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이번에 찬성표가 반대표의 2배를 넘었다.

뉴욕타임스는 4일 “아일랜드 국민투표가 또다시 부결됐다면 리스본조약이 영원히 매장됐을 뿐만 아니라 EU 회원국 확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통합 유럽으로 가는 최대 걸림돌이 제거됐다”고 반겼다.

○ 경제위기가 아일랜드를 바꿔놓았다

이번에 리스본조약이 아일랜드의 벽을 넘어선 데에는 지난해 6월 1차 국민투표 이후 본격화된 경기침체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1990년대 이후 기업 법인세 감세와 규제완화에 힘입어 호황을 구가해온 아일랜드는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치솟는 실업률과 부동산가격 폭락, 은행 붕괴 등 최악의 위기가 닥치자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EU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된 것. 특히 1차 투표 때 리스본조약에 반대했던 농촌지역 주민과 노동자 계층이 대거 찬성으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현재 EU의 자금 지원을 받아 추가 경제악화를 막고 있는 상황이라 유럽의 이웃 국가들이 간절히 통과를 원하는 리스본조약을 거부하기에 시기가 좋지 않다는 공감대가 유권자 사이에 널리 퍼져 있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차 투표 때 부결 요인으로 작용한 사항들이 해소된 점도 찬성률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EU는 국민투표 가결을 위해 아일랜드에 독자적인 조세제도와 낙태 반대 법안 유지, 군사적 중립성 유지 그리고 EU 집행위원 자리를 보장했다.

:리스본조약:

공식 명칭은 ‘유럽연합(EU) 개정 조약(The EU reform treaty)’. 2007년 12월 13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EU 27개 회원국이 공식서명했다. EU 대통령과 외교장관을 신설하는 등 EU에 국가와 같은 혹은 국가 이상의 지위를 부여하기 위한 국제법적 근거가 된다.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에서 국민투표 결과 부결되자 국가와 국기 제정 조항 등을 삭제하고 다른 조항들을 개정해 ‘리스본 조약’으로 새롭게 합의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초대 EU대통령에 블레어 전 총리 유력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EU헌법을 대체하기 위해 마련된 리스본조약은 임기 2년 6개월(1회 중임 가능)의 EU 대통령 직을 신설하고 유럽의회의 권한을 확대하는 등 정치 통합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대 EU 대통령에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사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블레어 전 총리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반대도 누그러졌다고 2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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