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외교는 ‘글로벌 포퓰리즘’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정상들과의 만남 줄이고 대중들과 직접 소통 선호

“성스러운 코란은 ‘신을 섬기며 진실만을 말하라’고 가르칩니다. 나는 오늘 최선을 다해 진실을 말함으로써 그 가르침을 실천하려 합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 이집트 카이로대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무슬림 국가 청중에게 코란을 인용한 미국 지도자의 이 한마디는 중동평화, 화합 등 추상적 단어를 나열한 어떤 말보다도 큰 인상을 남겼다. 오바마 대통령은 닷새간의 유럽, 중동 순방에서 이처럼 현지 국민의 마음을 파고드는 연설을 하고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했다.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7일 이 같은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를 ‘글로벌 포퓰리즘(global populism)’이라 명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에 정상을 만나는 외교보다 현지 국민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방식을 택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등 그동안 미국 지도자들의 해외순방은 주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결과를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 유럽 방문은 이집트 카이로대 연설,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65주년 기념 연설 등 현지인에게 다가가는 전략을 택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 분쟁 등 해결되지 않는 국제문제와 미국의 이미지 실추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포퓰리즘이라는 새로운 외교 방식을 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현지 지도자, 정계 엘리트와 협의해온 기존 방식이 한계에 부닥쳤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에 따라 대립적 이슈보다 역사, 가치관, 인도주의 등 인류 공통적 관심사를 현지 민중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소통과 공감을 중시하는 글로벌 포퓰리즘을 혁명적인 외교방식으로 평가한다. 특히 극단적 대립체제와 경제위기가 심화된 현 시대에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외교협회(CFR) 찰스 커프챈 수석위원은 “오바마 대통령은 사회 지도층보다 대중에게 다가가는 지도자로 자리매김하며 도덕적 정통성을 세우려 하고 있다”며 “이 같은 시도는 (대중의) 감성과 이성의 눈높이를 향한 진지한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라는 말로 미국인을 사로잡은 오바마 대통령의 감성전략은 세계인에게도 어느 정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무장조직 ‘알 가마 알 이슬라미야’ 지도자 에삼 데르발라는 로이터통신에 “오바마 대통령의 말을 들어볼 가치가 있다”며 탈레반, 알 카에다 등 다른 조직도 중동 평화에 대한 미국의 진정성을 시험해볼 것을 촉구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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