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과 4는 기사에 넣지도 말라”

  • 입력 2009년 5월 30일 02시 58분


톈안먼사태 20주년 앞두고

中언론 내부검열 초긴장

“민감한 시기인 만큼 기사에 ‘6’과 ‘4’는 가급적 넣지 마라.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두 숫자를 함께 쓰지 마라.”

다음 주 톈안먼(天安門)사태 기념일을 앞두고 중국 언론들이 ‘살얼음을 걷듯’ 기사의 자구 하나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홍콩 밍(明)보가 29일 보도했다. 중국 중앙선전부(중선부)가 톈안먼 관련 보도를 막으려고 검열의 고삐를 죄고 있고 언론도 내부 검열 분위기가 팽배하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숫자 ‘6’ 또는 ‘4’조차도 유의해 쓰도록 기자들에게 요구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국인들은 1989년 6월 4일 발생한 톈안먼 사태를 ‘6·4사건’으로 부른다.

언론의 과민반응에는 이유가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징(北京)에서 발행되는 신징(新京)보는 별다른 의도 없이 한 미국 사진작가의 작품들을 보도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톈안먼 사태 때 부상자를 긴급 수송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포함됐기 때문.

또 지난해 중국 공산당 광둥(廣東) 성 위원회 기관지 난팡(南方)일보의 자매지인 난팡두스(南方都市)보도 1면에 ‘6월에 4차례 폭우’를 제목으로 달았다가 중선부로부터 일부러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특히 올해는 톈안먼 사태 발생 20주년이 되는 해라 중국 언론들이 더 예민하다. 이와 함께 최근 인터넷 검열도 크게 강화됐다. 중국 인터넷에는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6-4’ ‘6과 4’ 등 숫자를 조합해 톈안먼 사태 관련 정보가 퍼졌으나 최근 일제히 사라졌다. 밍보는 중국 당국이 자동 검색프로그램을 통해 ‘6’과 ‘4’가 쓰인 기사나 블로그 등을 따로 추출해 톈안먼 사태와 관련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당국이 6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무허가 인터넷 카페를 단속하는 동시에 청소년 자녀들이 음란물이나 폭력 사이트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방침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당국이 이런 명분으로 톈안먼 사태 등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인터넷 검열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신분 추적이 어려운 PC방 사용자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중국에서 PC방을 이용하려면 PC방 업주에게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 규정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등 민감한 기간을 빼곤 유명무실했다. 하지만 당국은 최근 이 규정 준수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있다. 28일 밤 베이징에서는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PC방을 이용하려다 단속반과 몸싸움을 벌였고 그중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신징보가 29일 전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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