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은 뇌속 정보 대청소하는 효과”

  • 입력 2009년 4월 6일 02시 53분


美연구팀 수면-기억 관계 분석

“경제난과 실직의 공포 등 산더미 같은 걱정으로 머리가 아프다면 일단 푹 자라.”

숙면을 취해야 하는 이유가 피로를 풀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잠자는 동안 쓸데없는 기억을 지워 다음 날 새로운 정보를 흡수할 수 있도록 뇌 속에서 ‘대청소’ 작업이 매일 이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4일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대와 매디슨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초파리를 통해 수면과 기억력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초파리는 평균 6∼8시간 잠을 자며 수면시간이 부족하면 신체적 정신적 이상증세를 보이는 등 인간의 수면패턴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깨어 있는 동안 두뇌 활동을 하게 되면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해 정보를 주고받는 시냅스에 기억을 담당하는 단백질이 쌓이게 된다. 뇌는 무한정 시냅스를 만들어 내거나 단백질을 쌓아둘 수 없기 때문에 계속 깨어 있으면 뇌에 과부하가 걸린다. 하지만 일단 잠을 자면 시냅스에 쌓인 단백질이 30∼40% 줄어든다. 숙면을 취한 뒤 일어나면 정보량이 많은 시냅스는 약해지고 정보량이 적은 시냅스는 사라진다. 중요하지 않은 기억을 담고 있는 시냅스가 없어져 다음 날 새로운 정보를 저장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 컴퓨터 처리속도가 느려질 때 ‘디스크 정리’를 통해 임시저장 파일을 제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구를 주도한 워싱턴대 신경생물학과 폴 쇼 박사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정보를 취합, 분석, 재생하는 기능이 약화된다”며 “밤새 뒤척이며 걱정하지 말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두뇌 기능이 회복돼 다음 날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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