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순수의 시대’는 끝났다”

  • 입력 2009년 3월 24일 03시 04분


CBS 시사프로 출연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2일 방송된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외교정책 현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문제는 군사적으로만 해결할 수 없으며 포괄적인 전략에는 철군도 포함된다”고 말해 조만간 발표하게 될 아프간 종합대책에 철군전략도 포함돼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CBS 시사프로 출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2일 방송된 CBS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외교정책 현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문제는 군사적으로만 해결할 수 없으며 포괄적인 전략에는 철군도 포함된다”고 말해 조만간 발표하게 될 아프간 종합대책에 철군전략도 포함돼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美학계 “AIG사태 재무장관 연루… 신뢰잃어”

NYT도 칼럼-사설서 이례적 ‘오바마 때리기’

취임 60일을 넘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학계, 언론계, 야당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다. 취임 초반 허니문 시대가 지났다는 차원을 넘어 일전불사까지 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AFP통신은 22일 미국 사회에서 공분(公憤)을 일으키고 있는 AIG 보너스 지급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이 잃은 것은 인기가 아니라 미국의 새 지도자를 감싸던 솔직함(candor)이라는 아우라”라고 지적했다. 버지니아대 정치학과 래리 사바토 교수는 “AIG 사태는 오바마 행정부 ‘순수의 시대’ 종말의 서막”이라며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일어났고 그의 재무장관이 연루돼 있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책임을 돌릴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정치학과 스티븐 그린 교수도 “AIG 사태는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에 상처를 입혔다”며 “국민의 믿음과 신뢰도 떨어져 집무수행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미국 내 리버럴 진영의 대변자이며 지난 대선기간 내내 오바마 후보의 든든한 원군을 자처했던 뉴욕타임스도 이날 오피니언 면에서 3개의 칼럼과 사설을 통해 ‘오바마 때리기’에 동참했다. 뉴욕타임스 간판 칼럼니스트 중 한 명인 프랭크 리치 씨는 ‘카트리나의 순간에 도달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2005년 8월 미국 남부지방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늑장대응이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을 촉발한 점을 상기시킨 뒤 “대통령은 못 느끼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미) 그 자신의 ‘카트리나 순간’이 도달했을지도 모른다”고 질타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23일 칼럼에서 “은행 부실자산매입 계획은 실망을 넘어서 비탄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로더 씨도 “오바마 행정부의 허니문이 끝났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결코 성급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외교안보정책 및 경제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다. 22일 뉴욕타임스 제1사설은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 시절 국제법에 없는 개념인 ‘적 전투원’ 개념을 만들어 마구잡이로 테러용의자를 잡아들인 것을 비난해 놓고, 자신은 ‘적 전투원’의 개념을 없애되 테러용의자 체포를 강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선거운동 기간 전임 행정부가 망쳐놓은 법치의 복원을 그토록 강조했던 대통령이 이렇게 혼란스럽고 뒤죽박죽된 신호를 보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등 전직 공화당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고 현재 MS-NBC 평론가로 활동하는 팻 뷰캐넌은 1965년 민주당 출신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예를 들면서 “그는 국정운영에 ‘과부하’를 줬기 때문에 실패했다”며 “오바마 대통령도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악화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이 철군하는 마당에 1만7000명의 병력 증파를 결정하는 등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바마 예산’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공격 강도도 세지고 있다. 상무장관 지명을 자진 철회했던 저드 그레그 상원의원은 “오바마 예산의 실질적인 의미는 미국의 파산이다. 사람들은 미국 채권을 사지 않을 것이며, 달러는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은 “공공 부채가 5년 안에 2배, 10년 안에 3배 늘어날 것이며 이는 지속가능한 방식이 아니다. 미국경제의 기본 체질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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