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세력 장기집권 신물” 아프리카는 투표 혁명중

  • 입력 2009년 3월 13일 02시 58분


모잠비크-남아공 야당 정권교체 새바람 일으켜

나미비아-짐바브웨도 “독립넘어 정치적 자유를”

아프리카 대륙의 고질병인 ‘건국세력 장기집권’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독립을 통해 얻은 자유가 일당 독주로 퇴색하고 있는 것에 염증을 느낀 아프리카인들이 새로운 정치적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전받는 일당 독주=아프리카 동남부의 모잠비크는 약 500년간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다가 1975년 독립 이후 모잠비크자유전선(FRELIMO)이 34년째 권력을 잡고 있다. 하지만 모잠비크 제2의 도시인 베이라의 젊은 시장 다비스 시망구 씨(45)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모잠비크 정치 지형이 바뀌고 있다.

2003년 제1야당인 모잠비크국민저항(RENAMO) 소속으로 시장에 당선된 시망구 씨는 선정을 펼쳐 주민들의 신뢰를 얻었다.

지난해 11월 시장 선거를 앞두고 시망구 시장의 인기에 위협을 느낀 RENAMO 지도부가 그를 공천에서 탈락시키자 시망구 시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62%의 득표율로 여유 있게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6일 모잠비크민주운동(MDM)을 창당하고 12월 실시되는 대선과 총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현지 인터넷뉴스 ‘인디펜던트 온라인’은 “‘떠오르는 샛별’ 정도로 여겨지던 시망구 시장이 이제 아르만두 게부자 대통령의 재선을 막을 가장 유력한 도전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4월 22일 총선이 치러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가 폐지되고 1994년 4월 흑인이 처음으로 투표를 했던 총선 실시로 실질적인 건국이 이뤄진 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 등이 이끄는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계속 집권하고 있다.

하지만 제이컵 주마 ANC 총재의 뇌물 스캔들이 터지면서 지난해 말 타보 음베키 전 대통령을 따르는 인사들이 ANC를 대거 탈당해 국민회의(COPE)를 창당하고 ANC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ANC는 현재 전체 400개석 가운데 290석(72.5%)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총선은 ANC의 일당 지배 체제가 고착화될지를 결정하는 남아공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COPE 등 야당들이 힘을 합치면 ANC가 개헌선인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막아 독주를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새로운 자유를 원한다”=아프리카 서남부 국가 나미비아도 사정은 비슷하다. 1960년대부터 독립운동을 주도했던 서남아프리카민중조직(SWAPO)은 1990년 독립 이후 권좌를 내놓지 않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가 발행하는 월간지 ‘월드투데이’는 최신호에서 2007년 말 창당한 민주진보동맹(RDP)이 11월 실시되는 총선에서 SWAPO의 아성에 도전할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짐바브웨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독립투사였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과 여당(ZANU-PF)이 1980년 독립 이후 계속 집권해온 짐바브웨에서는 지난해 3월 대선에서 야당 민주변화동맹(MDC)의 모건 창기라이 총재가 무가베 대통령보다 많은 표를 얻으면서 결국 올 2월 여야가 거국정부를 구성하고 권력을 나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월드투데이는 “아프리카의 전(前) 세대가 총을 들고 자유를 쟁취한 반면에 현 세대는 투표를 통해 새로운 자유를 얻고 싶어 한다”며 “정치가 비교적 안정된 아프리카 남부를 중심으로 이런 추세가 퍼지면서 이제 주민들이 변화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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