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美경제 ‘구세주’서 침체의 ‘저승사자’로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한때 美 전체기업 이익 40% 차지

구제금융 연명 ‘탐욕의 거리’ 전락

전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금융자본주의의 상징이자 미국 경제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월가가 금융위기 이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뉴욕에 있는 거대 금융회사들을 가리키는 월가는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총본산으로도 불린다. 월가 금융회사들은 해외 투자로 매년 수천억 달러씩을 벌어들여 막대한 무역적자에 허덕이는 미국 경제를 지탱해 왔다.

제조업에 비해 수익성이 월등히 높아 수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전체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4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알짜 기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천문학적 규모의 정부 구제금융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처지로 몰렸다. 여기에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고 회사 존폐가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도 고위 임원들이 거액의 보너스를 챙겼다는 사실이 속속 공개되면서 월가는 이제 ‘탐욕의 거리’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듣고 있다.

미국 경제를 살리는 ‘수호천사’에서 미국 국민과 경제를 낭떠러지로 몰아가는 ‘저승사자’로 그 역할이 바뀐 셈이다.

세계 금융수도 뉴욕시도 전체 세수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월가가 금융위기로 흔들리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세수 구멍을 메우기 위해 재정 지출을 줄이는 한편 신생기업 유치 경쟁에 뛰어들 태세다.

뉴욕 맨해튼 남쪽 끝에 위치한 월가의 역사는 미국 건국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53년 당시 뉴욕을 뉴암스테르담으로 불렀던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인디언과 영국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벽(wall)을 쌓으면서 현재의 이름이 유래됐다. 이후 월가는 영욕의 역사를 거듭하며 19세기 영국의 롬바드 가를 대치하는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위상을 굳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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