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다구치 가족 면담성사 어떻게 진행됐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다구치 야에코 씨(가운데)의 가족사진. 오른쪽이 오빠 이즈카 시게오 씨, 왼쪽이 언니다. 사진 제공 이즈카 시게오
다구치 야에코 씨(가운데)의 가족사진. 오른쪽이 오빠 이즈카 시게오 씨, 왼쪽이 언니다. 사진 제공 이즈카 시게오
金씨 “다구치 아들에게 엄마얘기 해주고 싶다”

日 NHK 인터뷰 뒤 양국정부 적극나서 급물살

아사히 “11일 부산서 만날 듯”


김현희 씨와 다구치 야에코 씨의 관계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88년 초다. 다구치 씨가 북한에 납치된 1978년 6월 이후 10년 만이다.

1987년 11월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범인으로 체포된 김 씨에 대한 한국 당국의 조사 과정에서 “나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사람이 일본인 납북자였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 납치 피해자의 이름이 ‘이은혜’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후 이은혜가 누구인지 신원을 밝히기 위한 ‘조각 맞추기’ 노력이 계속됐다. 1991년 일본 경찰은 “이은혜는 1978년 도쿄 이케부쿠로 인근에서 납치된 다구치 야에코 씨다”라고 확인했다.

김 씨는 1995년 ‘이은혜, 그리고 다구치 야에코’란 책을 통해 두 사람의 친밀했던 관계를 밝혔다. 다구치 씨의 아들인 이즈카 고이치로 씨가 1998년 이후 친엄마를 접하게 된 것도 이 책을 통해서다.

김 씨와 다구치 씨의 가족 간 면담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올해 1월 15일경. 오랫동안 침묵해 오던 김 씨가 12년 만에 NHK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면서 “다구치 씨의 아들을 만나 엄마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밝힌 것.

양국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2월 11일 서울에서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일본 외상을 만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일본의 납치 피해자 문제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가능한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양측의 면담이 머지않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양측이 11일 부산에서 만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 정부가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로 공식 인정한 사람은 17명이다. 이 가운데 5명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전격적인 평양 방문 직후 일본으로 귀국했다.

그들의 북한 내 가족도 2004년 일본으로 왔다. 나머지 12명에 대해선 북한은 사망했다고 주장하지만 일본 측은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일본에선 1997년 납치피해자가족회가 결성되고 이듬해 이들을 지원하는 전국 조직인 ‘북한에 납치된 피해자들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협의회’가 발족하면서 납치 문제에 대한 인식이 범사회적으로 확산됐다.

납치 문제는 일본의 주요 국가적 이슈가 됐다. 일본은 6자회담에서도 납치 문제 해결 없이는 대북 지원을 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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